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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정부 발표로 시작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내년 1월 착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경기도 용인 일대 415만㎡(126만평) 부지에 50개 이상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입주하는 반도체 특화 산업단지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생산시설인 팹(Fab) 4기 건설 등 총 122조원을 투자하며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원래 이 사업은 올해 첫 삽을 뜰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접 지역 주민의 대기·수질오염 우려로 갈등을 겪으며 착공이 수개월 지연됐다. 올해 초 가까스로 안성시·지역주민과의 갈등은 봉합됐으나 이번엔 클러스터 부지인 용인 원삼면 일대 토지 보상 문제가 다시 발목을 잡았다. LH 직원과 공무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주민이 지장물 조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지장물 조사는 늦어도 지난 6월 마무리됐어야 했지만, 수개월이 흐른 최근에야 걸음마를 뗐다. 보상 과정에서 추가 지연 우려도 여전히 남아 있다.
전력 공급을 위한 송전선로·변전소 설치에 따른 반대도 비일비재하다. SK하이닉스는 M16 공장 신축 등에 따른 전력 확보를 위해 2019년 5월부터 곤지암변전소에서 경기도 이천시 하이닉스 본사를 연결하는 송전선로(전압 154kV) 설치 공사를 진행 중인데, 광주 지역을 지나는 일부 구간의 인근 주민이 소음·분진 등의 피해를 호소하며 합당한 보상 마련과 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해외는 ‘일사천리’ 진행…정부·지자체, 전폭 지원 앞장
해외 분위기는 다르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은 부지 선정 발표에서 공장 가동까지 1년11개월이 걸렸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 공장 설립 계약 체결 이후 1년8개월 만에 가동을 시작했다. 착공은커녕 보상절차에 진입하는 데만 2년 7개월가량이 소요된 용인 클러스터 사업과는 대조적이다.
업계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속도감 있는 사업 진행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미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위해 520억달러(약 61조원) 수준의 예산을 투입하는 반도체 지원법안을 의회에서 논의했으며, 백악관은 올해만 세 차례 공급망 회의를 열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도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2025년까지 1조위안을 투자할 계획이며, 유럽연합(EU)도 대대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유럽 반도체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5월 ‘K-반도체 전략’을 발표하며 기업 투자 관련 인·허가와 주요 규제 합리화를 위한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산업에 대한 파격 지원을 위해 추진 중인 ‘국가핵심전략산업특별법’ 제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애초 이 법안은 올 8월까지 발의될 계획이었으나 환경 규제와 인재육성을 위한 수도권 대학 정원 완화 등을 둘러싸고 부처 간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사회의 불만이 있다면 귀담아듣고 소통을 통해 풀어나가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무엇보다도 속도감이 중요한 반도체 업계 경쟁 속에서 사업 지연에 따른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각국이 반도체 투자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특별법 제정 등 국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