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오물풍선에 南대북확성기 전면 시행…심리도발 ‘고조’

군, 모든 전선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시행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대응...대북 심리전 ‘팽팽’
합참 “북한의 긴장 고조 행위에 엄중 경고”
야당 “대북전단 살포와 오물 풍선 대응 악순환” 우려
  • 등록 2024-07-21 오후 3:49:47

    수정 2024-07-21 오후 7:09:20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북한이 21일 또 남쪽을 향해 오물 풍선을 살포하자, 군이 대응 수위를 높여 모든 전선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 전면 시행에 나섰다. 남북이 접경지에서 대북 심리전을 확대하며 군사적 긴장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

정부의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결정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물론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 훈련이 가능해진 가운데 7일 경기도 파주 접경 지역에 기존 대북 방송 확성기가 있었던 군사 시설물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해당 시설물 안에 확성기가 설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21일 “우리 군은 수차례 경고한 바와 같이 오늘 오후 1시부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全) 전선에서 전면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연합방위태세 하에 북한군의 활동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으며,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능력과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은 북한 오물 풍선에 대응해 지난 18일부터 전방의 서부·중부·동부전선에 배치된 고정식 확성기를 릴레이식으로 가동하며 제한적으로 대북 방송을 했다. 하지만 북한이 사흘만에 또다시 남쪽을 향해 오물 풍선을 살포하자 부분적으로 실시하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군으로 확대하며 대응 수위를 끌어올렸다.

군은 이날 1시부터 전방 지역의 모든 고정식 확성기를 동시에 전면 가동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번 조치로 군은 고정형 확성기를 전면 가동하고, 필요에 따라 이동식 확성기도 가동한다는 입장이다.

확성기 방송 시간은 지난 사흘과 마찬가지로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확성기 방송에는 작년 쿠바 북한대사로 일하다가 망명한 리일규 참사의 인터뷰 등 엘리트의 망명 소식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외국 문화를 배격하는 김정은이 일본 만화 슬램덩크를 좋아했다는 내용, 북한이 비무장지대 지뢰 매설 과정에 폭발사고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실도 언급했다.

합참은 “집중호우로 인해 우리 국민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도 심대한 피해가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북한군은 저급하고 치졸한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며 “북한군이 자행하는 전선 지역에서의 긴장 고조 행위는 오히려 북한군에게 치명적 대가로 돌아갈 수 있으며, 사태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북한 정권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다만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가장 꺼리는 대북 심리전 수단인 만큼 북한이 이에 반발해 수위 높은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2015년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에 대응해 박근혜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는데, 북한이 서부전선에서 포격 도발을 감행해 대응한 바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4일과 16일 성명에서 “한국 쓰레기들의 치졸하고 더러운 짓이 계속될 경우 우리의 대응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제기될 것”이라며 새로운 방식의 도발을 시사했다.

지난달 민간 대북단체가 북한으로 날려 보낸 대북전단 중 일부(사진=자유북한운동연합)
야당은 대북전단 살포와 오물풍선 대응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을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대북전단이 불필요한 긴장을 고조시킨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자칫 이러한 남북간의 팽팽한 대치와 긴장이 치킨게임을 넘어 국지전으로 비화한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싸우지 않고 이길 방도를 찾아야 하고 나아가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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