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국배 기자] 정부가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해 규제를 더 강화하기로 했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집값 상승세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2단계 조치를 2개월 연기하면서 생겨난 ‘대출 막차 수요’도 계속 몰릴 수 있어서다. 은행권에선 “대출 한도 제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정부는 가계부채가 잡히지 않을 경우 DSR 적용 범위 확대 등의 ‘플랜B’를 시행하기로 했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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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등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어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등 하반기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전날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시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지역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선 스트레스 금리를 1.2%포인트로 더 높이는 규제책을 발표한 바 있다. 원래는 0.75%포인트를 적용할 계획이었으나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주담대가 급증하자 핀셋 규제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두고 이달까진 대출 막차 수요가 몰리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과 대출 규제 강화 전 막차를 타겠다는 수요가 맞물려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은 4월부터 7월까지 넉 달 동안 매달 5조원 이상씩 불어났고, 이달 들어서도 13일까지 4조4000억원이 늘어났다. 1년 후 주택 가격이 지금보다 더 오를 것이라는 소비자 전망(8월 주택가격전망지수)은 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연내로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하까지 더해진다면 집값은 더 뛰고 가계부채는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이 시행돼도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스트레스 금리는 변동 금리엔 100% 적용되지만, 최근 금리가 더 낮아져 차주들이 많이 선택하고 있는 혼합형·주기형은 각각 60%, 30%씩만 반영하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덜 줄어들게 된다.
예컨대 연 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이 40년 만기, 변동 금리로 수도권 지역 주담대를 받게 되면 스트레스 DSR 2단계에선 은행 금리 4%에 스트레스 금리가 1.2%로 계산돼 대출 가능 금액이 1단계보다 2800만원 줄어든 2억8700만원으로 집계된다. 반면 주기형은 2단계가 적용되면 3억1500만원 대출이 가능하다. 1단계(3억2500만원)보다 1000만원, 스트레스 DSR 도입 전과 비교하면 1400만원(4%) 정도 줄어든 금액이다. 금융당국은 그간 은행들에 가계대출의 변동금리 비율을 낮추라고 요구해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무주택자나 갈아타기를 원하는 실수요자들이 많아 (수요를 억제하려는) 대출 규제만으로 증가세를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주기형을 선택하면 한도도 크게 줄지 않는다”고 했다.
2단계 스트레스 DSR에도 가계부채가 잡히지 않을 경우 정부는 추가 조치를 꺼내 들 것으로 보인다. 전세 대출, 정책 모기지 등으로 DSR 적용 범위를 확대하거나 은행 주담대의 위험가중치를 상향하는 방안 등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내년부터는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 경영계획 수립 시 DSR 관리 계획을 포함시켜 제출토록 할 방침이다. 이에 은행권은 다음 달부터 신규로 취급하는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 예외 없이 내부관리 용도로 DSR을 산출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은행권은 주담대에 이어 전세자금 대출 조이기까지 들어갔다. 신한은행이 오는 26일부터 대출 실행일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과 선순위채권 말소·감액, 주택 처분 등을 조건부로 하는 전세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전세대출이 갭 투자에 활용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추가 조치다. 앞서 5대 은행은 지난달 초부터 20차례나 금리를 올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