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의 감초]봄나물만 잘 먹어도 보약 한첩

②미나리·파·두릅 편
입맛 잃었을 땐 두릅
초기 감기기운엔 파
  • 등록 2019-04-27 오전 7:54:10

    수정 2019-04-27 오전 7:54:10

미나리(사진=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이데일리에서는 알면 약이 되고 모르면 독이 되는 우리 주변의 약이 되는 음식 이야기를 대한한의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연재합니다. 산천을 누비던 동물들은 몸에 좋다고 잘 못 알려지며 남획으로 사라졌고 흔히 볼 수 있던 풀들도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진짜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최근 시장에 가보셨나요? 미나리 시금치 두릅 등 봄기운을 가득 담은 푸릇푸릇한 야채들이 시장에 그득합니다. 스치기만 해도 향긋한 봄 내음이 묻어납니다.

향이 좋은 야채로 손꼽히는 미나리는 요즘 하우스 재배로 사시사철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식가들은 제철 봄 미나리를 첫손에 꼽습니다.

혈액순환엔 미나리

미나리의 약명은 수근(水芹)입니다. 주로 물이 많은 곳에 살다 보니 1960년대까지만 해도 개울가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개량해 전국에서 재배 중입니다.

원래 습기가 많으면 순환이 잘 안 되고 머물러 있으면 썩기 마련인데 미나리를 심으면 물이 썩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부터 순환 기능이 좋지 않을 때 미나리를 약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한약계에서 많이 쓰는 처방 중에 사물탕이라는 처방이 있습니다. 이 처방은 봄에 혈액이 부족하거나 혈액이 해줘야 할 영양 작용이 부족해졌거나 혈색이 창백해졌을 때 등 혈액순환 장애가 있을 때 주로 사용합니다. 그런데 예전에는 미나리를 데쳐서 그 데친 물로 사물탕을 달여 줬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물탕을 수근사물탕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김계진 한의사는 “미나리의 경우 수근사물탕과 같이 처방을 보조하는 역할을 주로 해왔다”며 “동의보감 등에 약을 구하기 어려운 경우 대체 약으로 소개하는 약초들이 있는데 미나리를 그런 재료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독활(사진=한국한의학연구원 본초감별도감 이미지)
잃었던 입맛 찾아주는 두릅

향이라면 두릅도 미나리에 뒤지지 않습니다. 크게 참두릅(두릅나무), 땃두릅(독활), 개두릅(엄나무)로 나뉘는데요, 우리가 식탁에서 주로 만나는 것은 참두릅입니다. 전국 산에서 흔하게 자라는 떨기나무의 어린순입니다.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쌉싸름함이 입맛을 돋워줍니다.

약재로는 두릅의 뿌리나 나무껍질 등을 주로 사용합니다. 닭백숙에 들어가는 가시 많은 나뭇가지가 바로 엄나무인 개두릅입니다. 관절염이나 신경통에 많이 쓰이는 데 닭백숙에 들어가면 고기를 부드럽게 하고 잡내를 없애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땃두릅 또는 땅두릅이라고 불리는 독활은 신경통, 관절염 등의 진통작용에 효과가 있어 다른 약재와 함께 많이 사용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독활(땃두릅)기생(겨우살이)탕입니다. 근력이 약하고 팔다리가 아픈 사람이 주로 지어먹는 한약입니다.

최고야 한의학연구원 박사는 “두릅나물은 이뇨작용이 있어 민간요법에서는 신장염과 간염에 활용되기도 한다”면서도 “(나물로 먹을경우)탁월한 약효가 있다기보다는 봄철 입맛을 돋우는 별미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파(사진=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으슬으슬 추울 땐 파

주로 김치나 찌개 등과 같은 음식에 부재료로 쓰이는 쪽파는 특히 봄에 더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쪽파는 한약으로 어떻게 쓰일까요. 김인락 동의대 교수에 따르면 쪽파는 해백의 기원품이라고 합니다. 현재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는 산달래와 염부추가 해백의 기원품이라고 명시돼 의견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만 과거에는 둘 다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해백은 양기를 잘 흐르게 해 뭉친 것을 흩어주고(통양산결) 기(氣)를 소통시켜 체한 것을 통하게 하는(행기도체) 효능이 있습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오래된 이질 설사에 해백을 수시로 데쳐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쪽파의 효능도 비슷합니다. 파의 앞쪽 흰부분을 ‘총백’이라고 하는데, 땀을 내야 할 때 씁니다. 주로 몸에 한기가 들어서 으슬으슬할 때, 파의 앞쪽 흰부분만 떼서 끓여 먹으면 살짝 땀이 나 병이 낫곤 합니다.

김계진 한의사는 “땀이 난다는 것은 몸을 따뜻하게 한다는 것을 말한다”며 “배가 차서 설사가 나거나 한기가 들어서 몸이 추워질 때 단방 혹은 다른 처방에 약간 가미해서 쓴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외에도 시금치, 냉이 등과 같은 봄나물은 참 많습니다. 김계진 한의사는 말합니다. “우리가 먹는 많은 것 중에 사실 약보다 훨씬 중요한 것들이 많습니다. 동의보감에 보면 오장의 기운을 돕는다고 되어 있는 많은 재료가 나오는데 거의 다 음식류입니다. 약은 기운이 한쪽으로 치우쳐서 간장을 돕거나, 심장을 돕거나 이렇게 서술되는데, 오장을 돕는다고 되어 있는 것들은 음식으로 무방하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사람이 이거 먹고도 살 수 있다’는 이런 개념이어서 실은 약보다 음식이 더 중요하답니다.”

오늘은 가까운 시장에 나가 보약 한첩 밥상을 차려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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