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기업' 현대차x한국타이어 의기투합…BMW 뛰어 넘는다(종합)

2022년 상반기 국내 최대 드라이빙센터 건립…BMW보다 4배 커
R&D 용도 넘어 고객에 개방…자동차 복합 문화공간으로
‘초등학교 동창’ 정의선·조현식 돈독한 관계…모터스포츠 관심↑
단순 車 생산 넘어 문화 저변 확대…‘자동차 선진국’ 발돋움
  • 등록 2020-06-17 오후 4:41:30

    수정 2020-06-17 오후 4:41:30

현대자동차그룹과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건립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토마스 쉬미에라(왼쪽부터) 부사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한국 테크놀로지그룹 조현식 부회장,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이수일 사장
[이데일리 이소현·송승현 기자] ‘국내 1위’ 자동차·타이어 회사가 손잡고 국내 최대 규모의 드라이빙센터를 만든다. 연구개발(R&D)은 물론 일반 고객도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 복합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급변하고 있는 자동차·모빌리티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자동차 문화 저변을 확대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이하 한국타이어)가 충남 태안군 태안기업도시에 건설 중인 아시아 최대 첨단 주행시험장 내에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건립한다고 17일 밝혔다. 양사는 이날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상호 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협약 조인식을 했다. 조인식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000240) 부회장을 비롯해 현대·기아차 토마스 쉬미에라 상품본부장(부사장), 이수일 한국타이어 사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센터 고객 전용 건물 조감도(사진=현대차그룹)
한국타이어 태안 주행시험장은 아시아 최대 규모로 부지면적이 축구장 약 176개 크기인 126만㎡(약 38만평)에 달하며, 총 길이 4.6㎞에 이르는 고속주회로과 함께 11개 노면 시험로를 갖춰 2021년 상반기에 준공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한국타이어 태안 주행시험장의 거의 모든 시험로를 사용한다. 추가로 4개의 체험트랙과 4개의 체험존 등 총 8개의 코스로 구성한 주행체험 시설과 지상 2층 9602㎡(약 2905평) 규모의 고객 전용 건물을 건설, 국내 최대 규모의 드라이빙 체험 센터로 2022년 상반기에 개장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자동차 브랜드 자체적으로 일반 고객이 이용 가능한 대규모 드라이빙 센터를 운영한 곳은 BMW가 유일했다. 인천 영종도에 있는 BMW 드라이빙 센터는 전체 규모 29만1802㎡(약 8만8270평)인데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이보다 4배가량 크다.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 대한 투자 규모는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BMW가 드라이빙 센터에 약 895억원을 투자한 것을 고려했을 때 단순계산으로 약 4000억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센터 건물 및 한국타이어 태안 주행시험장 조감도(사진=현대차그룹)
이번 협약은 양사 간 사업적 필요에 의해 상호 윈윈(win-win)으로 2~3년 전부터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정 수석부회장이 지향한 ‘고객중심 모빌리티기업’으로 본격적인 변신을 꾀할 수 있게 됐다.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현대차·기아차·제네시스의 성능을 느끼고 즐길 수 있게 해 고객 만족의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운영 중인 프로그램을 확대해 국내 최고 수준의 드라이빙 체험 행사도 개발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는 주행시험장을 최첨단 제품들의 고속주행 등 현장테스트와 슈퍼카용 타이어 등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이 이뤄지는 최첨단 연구시설 용도를 넘어 일반인들에게 개방,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활용할 방침이다. 여기에 현대·기아차와 사업적 관계도 돈독해져 완성차에 한국타이어 제품의 탑재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게다가 최고경영자(CEO) 간의 돈독한 관계도 한몫했다. 정 수석부회장과 조 부회장은 1970년생으로 서울 경복초등학교 동창이다. 친구이자 재계 3세 경영인으로 사업과 관련해서도 논의하는 등 각별한 관계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의 공통관심사는 모터스포츠로 두 사람의 우정은 국내 레이싱 경기장에서도 종종 목격된 적이 있다.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제네시스 차량의 성능을 브랜드별로 체험할 수 있는 ‘2020 현대자동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사진=현대차그룹)
또 자동차 판매를 넘어 자동차 문화 저변 확대에도 함께 힘써 자동차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의미도 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60여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선두 그룹으로 우뚝 섰지만, 자동차 생산 물량과 수출이라는 산업적 시각에 머물러 자동차 문화 저변 확대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한 편이었다. 현대차그룹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는 평소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연구개발(R&D) 시설인 주행시험장과 결합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동차와 드라이빙에 대한 관심 확산에도 기여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내 대표 기업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게 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일반인에게 개방한 자동차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드라이빙센터를 운영한 곳은 수입차 브랜드인 BMW가 유일했다. 국내 1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도 영암 F1 서킷, 인제 스피디움, 용인 스피드웨이 등 주행체험장과 차별화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자동차 복합 문화공간형 드라이빙 센터를 건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토마스 쉬미에라 현대·기아차 부사장은 “고객이 자동차를 통해 삶의 가치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로 건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일 한국타이어 사장은 “국내 자동차 및 모빌리티 업계의 역량을 강화하고, 나아가 드라이빙 문화까지 한층 더 발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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