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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건설업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와 투자 감소 등의 영향으로 ‘수주 및 공사 물량 감소→ 투자·생산 급감→ 일자리 감소와 성장률 저하’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내수 성장 기여도가 높은 건설업 불황이 지속되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생산지수가 전달보다 1.3% 하락하는데 건설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건설업은 전월 대비 3.8% 감소하면서 광공업(-2.5%)과 제조업(-2.1%) 등을 제치고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도 건설업 생산지수는 16.6%나 급락, 전산업생산지수(4.8%)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9월 설비투자 부문에서도 건설업 관련한 건설기성(이미 이뤄진 공사 실적)은 토목(-7.2%)과 건축(-2.8%) 공사 실적이 줄면서 전월보다 3.8% 하락했다.
이러한 건설 경기 침체는 이미 예고된 바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발표한 ‘2018년 3분기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건설 투자는 전분기 대비 6.4% 급감했다. 건물 및 토목 건설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건설업 생산도 5.3%나 줄었다. 이같은 건설 투자 및 생산 지표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 건설업 현장을 가보면 업황 자체가 불황인 상황에서 주 52시간 근로제나 최저임금 상향 등에 대한 사전 대비 없이 제도를 실행한 데다 인력 수급도 어려워 제살깍기식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중소건설사를 중심으로 줄도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가 더 심각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건설수주액이 전년 대비 23조6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주 감소는 건설 투자 감소로 이어져 향후 5년간 산업 생산액이 52조1000억원, 취업자 수가 32만6000명이 각각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의 대표 3대 지표인 주택 인허가·착공·분양 등도 모두 감소하며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인허가 물량이 3만268가구로 전년 대비 48%나 급감했다. 인허가 실적이 3만 가구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3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수도권은 1만6524가구로 작년보다 45.5%, 지방은 1만3744가구로 51.2% 감소했다. 주택 인허가는 향후 주택 공급의 선행 지표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향후 공급 부족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착공 물량도 3만175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나 줄었다.
박홍철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연이은 주택시장 규제와 수주 물량 감소 등으로 주택사업자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내년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과감하게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늘리고 규제 완화, 지방 건설산업 활성화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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