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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1월 05일자 16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우리, KB, 신한, 하나 등 대형 금융지주회사들이 저축은행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기존 저축은행들과의 한판 대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간신히 살아남은 기존 저축은행들은 가뜩이나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되면서 성장동력이 약화된 마당에 든든한 뒷배경을 가진 신진(新進) 저축은행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긴장의 빛이 역력하다.  
　
기존 저축은행들은 일단 겉으로는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이 산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며 담담해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적자생존의 논리에 따라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저축은행들은 과거부터 쌓아온 경험을 무기로 신진 저축은행들과 경쟁한다는 입장이지만 파격적인 금리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과 맞서긴 어려울 것 같다”며 “차별화된 성장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금융지주 저축은행 속속 문 열다
　
이달 새롭게 문을 여는 금융지주회사 계열 저축은행은 총 3곳. 10일 신한과 BS 저축은행, 18일 KB저축은행이 각각 문을 열고 영업을 시작한다. 패키지 저축은행 인수에 성공한 하나금융지주도 늦어도 1분기(1∼3월)중  계열 저축은행을 출범할 예정이다.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이 한꺼번에 영업을 개시하면서 기존 저축은행들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낮은 조달비용으로 대출금리를 파격적으로 내려 그 동안 실추된 이미지를 개선하고 시장장악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을 드러내고 있어 기존 저축은행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은 1금융권과 저축은행 사이에 있는 고객들을 겨냥한 `중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대출중개수수료를 지불하는 기존 업계의 영업방식에서 벗어나는 만큼 대출금리를 낮출 여력은 충분하다는 게 이들 저축은행의 설명이다.
　
금리 경쟁력뿐만 아니라 영업력에서도 기존 저축은행을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회사들은 1000개 안팎의 은행 지점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낮은 신용등급의 고객들을 계열 저축은행 고객으로 연결해주는 연계영업을 펼칠 예정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최대 10개를 넘지 않는 지점을 보유한 기존 저축은행들과 영업 경쟁의 결과는 뻔하다”고 말했다.
 
◇기존 저축銀, 불안감 증폭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의 등장을 바라보는 기존 업계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묻어난다. 공식적으론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은 업계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가뜩이나 시원찮은 먹거리가 없는 상황에서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에 대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기존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리스크는 높지만 고수익을 노리고 베팅할 수 있는 투자처가 사라지면서 새로운 성장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예금을 끌어 모아도 자산운용의 활로가 막혀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금리를 높혀 `예대금리`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서도 기존 저축은행들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과의 경쟁에 맞서기 위해 신상품을 적시에 출시한 경험과 순발력을 되살려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동부저축은행은 지난 3일 중소상공인 사업자금 용도로 연 6.2%의 비교적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해피플러스 아파트담보대출`을 출시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을 의식해 금리를 낮출 경우 자칫하단 역마진에 빠져 결국 도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다”며 “금융지주 저축은행의 등장은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국 “과당경쟁 우려 안해..소비자에겐 得”
　
일각에서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의 등장이 서민대출의 과당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업계에 또 다른 쏠림 현상을 낳는 게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모회사인 금융지주의 명성에 흠집을 낼 정도로 과당경쟁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법 있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저축은행들이 본연의 업무인 지역밀착형 서민금융을 강화하려는 과도기적 상태”라며 “저축은행들이 서민대출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의 등장은 과당경쟁을 낳을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하중 우리금융저축은행 대표는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들은 이익을 좀 더 많이 내려고 피 흘리는 경쟁은 하지 않겠다”며 "먼저 대출금리를 낮춰 다른 저축은행들도 자연스레 따라오게 하는 선도은행(리딩뱅크) 정도의 역할만을 담당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300조원대에 이르는 자산을 보유한 금융지주사 간 자존심을 건 경쟁은 있을 수 있지만 정작 수조원 규모의 저축은행 간 경쟁에 무리하게 뛰어들진 않을 것”이라며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 등장에 따른 시장에서의 자연스런 경쟁은 업계 전반의 금리를 끌어내리고 소비자들을 다소나마 고금리의 문턱에서 헤어나오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