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협상 타결]전격 연내 타결 '막전막후'

한일 정상회담 이후 2번의 국장급 협의 후에도 뚜렷한 진전 없어
산케이신문 사건·헌재 판결 잇따르면서 일본 국내 정서 '변화'
27일 국장급 협의서 9부 능선 넘은 듯…장관급 회담·공동 기자회견으로 마무리
  • 등록 2015-12-28 오후 8:06:49

    수정 2015-12-28 오후 10:55:34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기약 없이 또 해를 넘길 것으로 보였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올해를 불과 사흘 앞둔 28일 극적으로 합의점을 도출했다. 정부간 협상 타결이라는 ‘절반의 화해’ 이기는 하지만 한일 정부 입장에서는 오랜 기간 외교적인 부담이었던 난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했다는 점에서 양국관계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위안부 문제의 연내 타결을 수차례 강조해 왔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과거사 문제가 미래세대에 장애물이 돼서는 안된다고 밝힌 바 있다.

양국정상의 의지도 큰 역할을 했지만 위안부 협상 타결의 중요한 분기점이 됐던 사건은 산케이 신문 전 지국장의 무죄 판결 선고였다. 위안부 문제가 양국 국민 정서상으로도 민감한 문제인 만큼 상대적으로 결단이 필요한 일본 내 정서의 변화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2일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첫 정상회담을 갖고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타결을 위한 협상을 가속하기로’ 합의했고, 그 후속조치로 11월 11일과 지난 15일 한달 간격으로 국장급 협의를 열었다. 이처럼 위안부 문제 타결을 위한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한일 국장급 협의의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상덕 외교부 동북아시아 국장도 지난 15일 11차 협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가능한 조기에 다시 만나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면서도 “올해 안에 (다음 협의를) 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돌아선 것은 11차 국장급 협의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우리 법원은 지난 17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에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가토 다쓰야(加藤達也·49) 전 서울지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우리 외교부는 가토 전 지국장 사건 판결에 앞서 법무부에 “일본측의 선처 요청을 참작해달라”라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같은 우리 정부의 ‘우호적인 제스처’가 일본 내 기류 변화를 유도했다는 이야기다.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무죄판결 직후 우리 정부는 물론 아베 총리도 한일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판결 후 닷새 후인 지난 22~23일 아베 총리의 외교 책사로 불리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장이 전격 방한해 주일 대사를 지낸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위안부 협의를 진행했다. 이어 아베 총리는 기시다 외무상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연내 방한하라는 특명을 내리기에 이른다.

이미 야치-이병기 협의에서 양국 정부는 어느 정도는 합의안의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추측되는 대목이다. 이후 27일 한일은 제12차 국장급 협의를 열었고, 다음달 바로 장관회담을 통해 합의안을 발표했다.

이날 열린 장관 회담에서도 윤병세 장관과 기시다 외무상은 회담 전이나 후나 시종일관 밝은 표정과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안의 중요성을 반영하듯 양국 취재진의 취재 열기가 뜨거웠지만 회담장이나 기자회견에 들어서는 양국 외교 장관의 태도에는 여유가 묻어났다.

대통령과 총리의 의중을 1차로 확인하고, 국장급 협의를 통해 실무차원의 조율이 끝난 상태에서 장관회담에서는 사실상 최종 협상과 문구 확인 등의 절차 등을 거쳤을 것으로 보인다.

회담 시작 전부터 결과를 발표할 공동 기자회견 시간을 정해놨을 뿐 아니라, 회담 전에 이미 일본 언론을 통해 협상 일정은 물론 구체적인 협상 내용까지 새어나온 사실도 이같은 추측에 힘을 싣는다.

한편, 양국 정부는 25년 만에 위안부 협상 타결에 성공했으나, 피해자 할머니들의 용서와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국민정서를 이해시키기 위한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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