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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출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지난해 기준 대 홍콩 수출액은 319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5.9%에 이른다. 홍콩을 국가로 본다면 중국(1362억달러)과 미국(733억달러), 베트남(482억달러)에 이어 네 번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적잖은 양의 석유제품, 화장품, 컴퓨터 등이 홍콩으로 나간다. 홍콩은 인구 700만의 도시국가일 뿐이지만 연 5000억달러 이상을 수입해 제삼국으로 수출하는 세계적 중계무역 거점이기도 하다.
물론 직접 영향은 제한적이다. 미국의 조치는 미국과 홍콩 간 교역에 대한 것인데 우리의 대 홍콩 수출물량 대부분은 중국으로 재수출되기 때문이다. 홍콩특별행정구 정부통계처 자료에 따르면 우리의 대 홍콩 수출물량 중 98.1%(액수 기준)는 중국으로 재수출된다. 미국으로 가는 물량은 1.7%뿐이다.
실제 많은 기업이 이미 지난해 홍콩 대규모 시위를 계기로 중국 직수출 등 탈홍콩에 나서는 모습이다. 올 5월 대 홍콩 수출액은 23억7000만달러로 전년(29억4000만달러)보다 19.4% 줄었다. 재작년 5월(42억4000만달러)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인프라 여건 개선으로 이미 많은 수출을 직수출로 돌린 상태”라며 “홍콩이 물류·금융허브 이점을 상실하면 중국 직수출 비중을 더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동북아산업실 연구위원은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은 뉴욕·런던과 함께 3대 금융시장을 형성하던 홍콩 금융산업의 쇠락을 뜻한다”며 “그 영향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등이 대 중국 공동 전선에 우리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린 양자택일이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국익을 최대화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다차원적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