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韓수입 98% 中에 재수출 …길 막히면 직수출 불가피

지난해 수출액 319억달러…中·美·베트남 이어 네번째
中 직수출 전환 가능하다지만…일정 부분 피해 불가피
코로나19 쇼크 속 홍콩 계기로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
  • 등록 2020-06-30 오후 7:57:50

    수정 2020-06-30 오후 9:18:03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제공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미국의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 지위 박탈 결정에 우리 수출기업도 우려하고 있다. 홍콩이 ‘수출 허브’ 기능을 상실하면 이를 이용해 오던 우리 기업 역시 불확실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홍콩 이슈를 계기로 미·중 무역분쟁까지 재점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큰 불안요인이다.

우리 수출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지난해 기준 대 홍콩 수출액은 319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5.9%에 이른다. 홍콩을 국가로 본다면 중국(1362억달러)과 미국(733억달러), 베트남(482억달러)에 이어 네 번째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적잖은 양의 석유제품, 화장품, 컴퓨터 등이 홍콩으로 나간다. 홍콩은 인구 700만의 도시국가일 뿐이지만 연 5000억달러 이상을 수입해 제삼국으로 수출하는 세계적 중계무역 거점이기도 하다.

물론 직접 영향은 제한적이다. 미국의 조치는 미국과 홍콩 간 교역에 대한 것인데 우리의 대 홍콩 수출물량 대부분은 중국으로 재수출되기 때문이다. 홍콩특별행정구 정부통계처 자료에 따르면 우리의 대 홍콩 수출물량 중 98.1%(액수 기준)는 중국으로 재수출된다. 미국으로 가는 물량은 1.7%뿐이다.

문제는 미국의 이번 조치로 홍콩이 수출·금융 허브 역할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기업들은 중국에 직수출에 나서거나 싱가포르·대만 등 다른 우회로를 찾아야 한다. 탈홍콩 과정 자체에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기회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홍콩처럼 자금 조달이 쉽고 무관세와 낮은 법인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 중국 수출 우회로를 찾는다는 보장은 없다.

대기업은 그나마 즉각적인 중국 직수출 등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중소·중견 수출기업은 이 과정에서 아예 수출처나 물류 편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화장품·농수산식품 같은 소비재는 중국 통관·검역 절차가 홍콩보다 까다로워 수출길이 막혀버릴 수도 있다.

실제 많은 기업이 이미 지난해 홍콩 대규모 시위를 계기로 중국 직수출 등 탈홍콩에 나서는 모습이다. 올 5월 대 홍콩 수출액은 23억7000만달러로 전년(29억4000만달러)보다 19.4% 줄었다. 재작년 5월(42억4000만달러)와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인프라 여건 개선으로 이미 많은 수출을 직수출로 돌린 상태”라며 “홍콩이 물류·금융허브 이점을 상실하면 중국 직수출 비중을 더 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 큰 우려는 홍콩을 계기로 한 미·중 무역분쟁 심화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면 우리는 자칫 수출 1~2위 대상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트럼프 정부가 최근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을 연기하면서 우리를 포함해 호주, 인도, 러시아의 참여를 요청하며 대 중국 동반 라인 형성을 유도한 게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쇼크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악재가 겹치는 셈이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동북아산업실 연구위원은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은 뉴욕·런던과 함께 3대 금융시장을 형성하던 홍콩 금융산업의 쇠락을 뜻한다”며 “그 영향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등이 대 중국 공동 전선에 우리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며 “우린 양자택일이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국익을 최대화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다차원적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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