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동성고가 일반고 전환을 추진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하면서 운영난을 겪자 자사고 지위를 반납하려는 것이다.
| 사진=동성고등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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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관 동성고 교장은 27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동성고는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자사고에서 일반고로의 전환을 공식 천명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동성고 학교법인인 가톨릭학원은 이날 오후 4시 이사회를 열고 일반고 전환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
동성고가 자사고 지위를 반납하면 서울에선 7번째 사례가 된다. 2012년 동양고를 시작으로 용문고(2013)·미림여고(2016)·우신고(2016)·대성고(2019)·경문고(2019) 등이 자사고 지위를 포기하고 일반고로 전환했다. 동성고가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서울 시내 자사고는 20곳으로 감소한다.
동성고가 일반고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경쟁률 하락과 학생 충원난 탓으로 풀이된다. 자사고는 정부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기에 학생 충원난은 등록금 수입 감소와 운영난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동성고는 올해까지 2년 연속 일반전형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2021학년도에는 238명 모집에 133명이 지원해 0.5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2020학년도에도 220명 모집에 176명이 지원, 0.8대 1로 미달을 나타냈다.
조영관 교장은 “전기고에서 후기고로의 전환 등 자사고로서 누리던 특수성과 장점이 사라지고 2025년 예정된 고교학점제, 학령인구 감소 등 교육 환경이 자사고에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에서도 본교는 자사고 운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최근 몇 년에 걸쳐 대규모 신입생 미달 사태를 겪었고, 이런 상황이 학교 노력을 통해 개선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강한 회의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여기에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무상교육도 자사고에는 불리한 여건이다. 일반고 학생들은 무상교육 시행으로 1인당 160만원의 학비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자사고·특목고 학생은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조 교장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했던 학교들이 공통적으로 겪었던 가장 큰 어려움은 일반고로 입학하는 신입생이 내는 등록금과 재학생이 내는 비싼 자사고 등록금 사이의 간격이었다”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일반고 전환이 확정될 경우 무상 교육을 받는 신입생들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내년부터 2·3학년이 되는 재학생들에게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일반고 전환 이후에도 자사고의 교육프로그램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학생 이탈을 막기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조 교장은 “1학년이 졸업할 때까지 현재의 교육 프로그램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며 학교 운영에 있어서 현 재학생들을 최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