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종잣돈 3000억 '순환출자 해소-책임경영' 두마리토끼 잡기

삼성엔지니어링 유증 과정서 SDI 지분 팔아 3000억 확보
2000억원 상당 삼성물산 지분 취득.. 지배력 강화
삼성엔지 자사주 300만주 취득, 경영 정상화 지원
  • 등록 2016-02-25 오후 5:11:17

    수정 2016-02-25 오후 7:52:0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의 순환출자 해소와 계열사 경영정상화의 두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25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2000억원 상당의 삼성물산(028260) 주식과 302억원 규모의 삼성엔지니어링(028050) 주식을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사재출현으로 안으로는 경영권 승계의 기반을 마련하고 밖으로는 책임경영을 이행한 것이다.

이 부회장이 이번 계열사 지분취득에 투입하는 자금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해 실시했던 유상증자의 실패를 대비해 삼성SDS(018260) 보유지분 일부를 팔아 마련했던 3000억원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청약자금용으로 마련했지만 실권주 발생없이 증자가 성공하면서 그동안 3000억원 자금의 사용처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 부회장, 공정위 처분결정 대상 물산 지분 2000억 취득

이 부회장은 삼성SDI와 삼성물산의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시장 부담 최소화와 소액주주 피해 방지 위해 2000억원 상당 삼성물산 지분을 취득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고 판단하고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4.7% 중 2.6%(500만주)를 오는 3월1일까지 매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동안 삼성측은 “공정위의 판단을 이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삼성물산의 매각대상 주식 규모가 시가로 7000억원 상당에 달한다는 점에서 고심해왔다.

이 부회장은 삼성SDI가 매각을 추진하는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중 2000억원 상당의 주식에 대한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이날 유가증권시장 종료 후 지분 인수를 마무리했다.

이 부회장은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대규모 주식매각에 따른 시장 부담을 최소화하고 소액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삼성물산 지분 일부를 직접 매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삼성측은 전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 물산 지분 3000억 블록딜 참여

이 부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도 이번 블록딜에 참여해 3000억원 규모의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하기로 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 2014년 보유했던 삼성생명 주식을 처분한 후 5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고, 보유 현금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 삼성물산 지분매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SDI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인수하는 주식을 제외한 나머지 삼성물산 지분 2000억원에 대해서는 이날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국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투자자를 모집키로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출범한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16.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005930) 지분 4.1%를 보유한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은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취득하지만 계열사였던 삼성SDI가 보유했던 2000억원 상당의 지분이 국내외 기관투자가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특별관계자를 합한 지분율은 낮아졌다”면서 “이 부회장의 이번 지분취득은 지배구조 강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엔지니어링 지분 첫 취득.. 책임경영 이행

이 부회장은 이번에 삼성엔지니어링이 보유한 자사주 전량인 302만4038주(302억원 규모)도 취득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을 처음 보유하게 됐고, 책임경영 의지를 실천했다.

자사주 인수는 회사의 자기자본과 현금을 동시에 늘려줘 유상증자와 유사한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삼성엔지니어링을 재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영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증자 과정에서 실권주 발생시 일반공모에 참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구주주 청약률이 99.9%에 달해 일반공모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 성공은 이재용 부회장이 사전에 참여를 공언하는 등 삼성엔지니어링 경영정상화를 위한 그룹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증권시장의 판단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확보했던 3000억원의 자금 중에서 이번에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취득 후 남은 700억원의 자금은 추후 계열사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데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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