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부평 한국 GM 공장(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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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창립 이래 사상 처음 전면파업을 택한 한국GM 노동조합이 ‘몽니’를 부리며 회사 경영정상화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비판했다. 아울러 미국 기업은 ‘상시 구조조정 체제’로 노동 유연성을 최고로 여기고 있어 제너럴모터스(GM) 아래 한국GM은 구조조정 ‘칼날’ 위에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외국계 기업의 구조적인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10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회사가 있어야 근로자가 있다”며 “회사가 어려울 때 허리띠를 졸라매고 십시일반 나누는 자세가 필요한데 한국GM 노조는 임금인상만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노조 리스크’ 때문에 한국 자동차 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며 “강성노조 탓에 노사관계가 최악의 상태라 더는 한국 자동차 시장에 투자는 어렵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간 기업문화 차이가 노사문제 해결의 걸림돌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상시구조조정 체제가 일반적으로 회사 재정이 나쁠 때는 인력을 줄이고 회복하면 채용하는 등 유연성이 높다”며 “구조조정은 곧 실직으로 인식하는 우리나라 정서상 노조가 계속 의구심을 갖는 강경한 태도라 노사관계를 풀기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생산직을 배제하고 관리직 위주로 보너스를 나누는 게 미국 기업에서는 일반적인 일로 한국 기업과 정서가 다르다”며 “미국 기업의 조직문화는 위계질서가 강하진 않지만, 금전적인 면에서는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가 철저하게 나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4월 회사가 팀장급 이상 간부 직원에게만 평균 167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이에 걸맞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전면파업을 계기로 한국GM의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 연구위원은 “GM이 글로벌 구조조정을 하고있는 상황에서 한국GM의 생산기지 위상 자체가 옛날보다 악화한 상황”이라며 “작년 군산공장을 폐쇄한 이후 생산 물량이 계속 줄고 있어 구조조정이라는 수단이 동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조뿐만 아니라 회사도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좋은 차를 국내에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게 신뢰를 주는 길”이라며 “최근 수입차협회 가입 등을 비롯한 행보는 한국 시장 철수에 대한 불씨를 당기고 있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도 “콜로라도, 트래버스 등을 수입하면서 국내 생산 차종이 위축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노조 내부에 있다”며 “군산공장 폐쇄 후 3개 공장 운영 비전에 대한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노조는 회사에 계획을 보완해달라고 계속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