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씨에 대해 법원이 미국 인도를 불허한 가운데, 법조계 내 의견 대립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법감정은 후자에 쏠려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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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20부(재판장 강영수)가 지난 6일 오전 손씨의 범죄인 인도심사 3차 심문을 열고 손씨에 대한 미국의 인도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틀이 지난 이날까지도 법조계 내 뜨거운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후폭풍이다.
당장 한국여성변호사회(여변)는 이날 성명서까지 내며 법원의 미국 인도 불허 결정을 비판하고 나섰다.
여변은 “사법부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척결의지를 표명하기에는 매우 미흡한 결정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동안 n번방 방지법 통과, 피의자의 신상공개와 관련한 부분에 있어 많은 입법과 적극적인 조치가 이루어졌지만 사법부는 여전히 사법주권이라는 미명 하에 디지털 성범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용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바 있는 김한규 변호사는 이번 법원의 판결을 두고 사법정의를 저버린 판단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사법주권도 중요하지만 사법정의 실현과 범죄 예방 두 가지 측면에서 굉장히 유감스러운 결정”이라며 “사법정의란 손씨로 인해 생긴 범죄에 상응한 합당한 처벌은 당연한 것이고, 범죄 예방 측면에서 디지털 범죄는 국내외적으로 범죄가 확산 되는 경우가 많은데 국적 불문하고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법조계에서는 사법주권 측면에서 이번 법원의 결정은 원칙에 따른 판단이며, 지나친 비판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국민 의견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는 김영미 변호사는 이번 법원 판결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어쨌든 재판부가 많이 고심을 해서 결정한 것 같은데, 국민들이 원하는 결정이 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재판부 양심에 따라 재판을 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을 한다고 하면 모든 재판에서 재판부가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도 든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여론은 법원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재판장인 서울고법 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무려 42만명이 동의한 상태. 손씨와 같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강력 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웹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 해당 판사가 올라오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앞에서는 여성단체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과 ‘모두의 페미니즘’ 회원들이 모여 ‘대한민국 사법부에 분노한다 :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