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6일 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안 표결에서 표 단속에 성공하면서 절반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이 후보자 인준안이 최종 가결됐지만 새누리당에서 이탈표가 발생했고 새정치연합은 자유투표에 임하면서도 투표에 참석한 재적 의원보다 많은 반대표가 나오면서 사실상 야권이 승리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표결에 불참하거나 당론으로 반대투표에 임하지 않고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총 281명의 의원이 투표에 참석한 가운데 개표 결과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 표결(128명)은 새정치연합 재적 의원(124명)보다 많았고 찬성 표결(148명)은 새누리당 재적 의원(155명)보다 적었다. 총리 인준안이 무기명 투표 방식으로 진행돼 여야 의원들의 표 흐름을 단정할 순 없지만 새누리당에서 최소 7표의 반란표가 나온 셈이다. 새누리당 출신인 정의화 국회의장과 유승우 의원 등 무소속 2명이 여권 성향임을 감안하면 최소 9표가 이탈한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문 대표는 표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은 이 후보자 (인준안) 부결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출산한 지 5일이 된 장하나 의원과 시모상을 당해 오늘 발인한 진선미 의원까지 투표에 참여해 확실한 단결을 보여줬다”면서 “수적으로 열세해 (인준에 반대하는)국민의 뜻을 관철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누리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였지만 국민의 힘을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뜻을 거슬러 국민이 반대하는 총리 후보자를 인준하고 임명한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이 수적 열세라는 한계에도 비교적 선전하면서 남은 2월 임시국회에서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복지·증세 등 현안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선명 야당’ 색채를 강화하고 청와대·내각 인적 쇄신 등에 목소리를 낼 것이란 얘기다. 이 경우 여야 강대강 대치 국면이 강화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조사본부장은 “문 대표가 증세·복지 문제에서 법인세 인상 등에 강한 입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설 연휴 이후 2월 임시국회에서 야권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문 대표가 총리 인준안 처리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통한 거취 결정을 주장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대목이다. 여권에서는 여론조사 제안이 정치를 등외시한 포퓰리즘적 발상이란 비판이 제기됐고 야권에서도 문 대표의 정무판단 능력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이 표결에 참석하면서 ‘호남 총리’ 발언이 잦아들긴 했지만 문 대표가 앞으로 충청권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느냐 여부가 또 다른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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