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개편 논의는 ‘투트랙’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처럼 한시적 완화 조치가 시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7~9월 6단계 누진 구간 중 4단계 구간요금을 3단계로 낮췄다. 이 결과 530만 가구가 월평균 7800원 수준의 할인 혜택을 받았다. 이에 대해 홍준희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올해는 7월분까지 소급 적용해 요금 폭탄을 맞은 소비자부터 구제하고 9월까지 한시적 할인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나칠 정도로 가파르게 오르는 누진제에 대한 개편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현재 누진제는 한국전력의 ‘전기공급 약관’에 규정돼 있다. 6단계로 누진율(최저·최고요금 비율)은 11.7배(한전 추산)다. 체감 요금 격차는 더 크다. 산업부에 따르면 스탠드형(1.84kW) 에어컨을 24시간 틀면 전기요금은 5만3000원에서 94만7000원으로 17.9배 오른다. 지난 해 8월 4~6단계로 전기료를 상대적으로 많이 낸 가구는 1008만 가구에 달한다. 올해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7~9월 한시적 할인 뒤 누진제 본격 개편 필요”
이 누진 단계와 누진율을 얼마나 줄일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재까지 거론된 누진제 개정안은 선진국 수준으로 바꾸자는 게 핵심이다. 미국은 2단계에 1.2배, 일본은 3단계에 1.5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조경태 새누리당 의원은 6단계를 3단계로 완화하고 누진율을 최대 1.4배로 규정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이날 발의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3단계, 누진율 2배’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당은 4단계로 줄이는 방식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다만 누진제 폐지에 대한 요구가 많지만 현재까지 폐지안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과도한 누진제도 문제이지만 급격하게 개편할 경우 후유증이 크기 때문이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수천만 국민들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누진제 완화’라는 정책 일관성을 가지고 일방통행이 아닌 점진적 합의를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평균 전기료도 인하하면 소비자-업계 윈윈”
누진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도 고려돼야 한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누진제를 완화하더라도 전기를 더 많이 쓰는 사람이 혜택을 보는 부작용을 해소하는 방법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부유층 전기료를 대폭 깎아주는 ‘부자감세’ 효과를 우려한 셈이다. 실제로 현재 거론되는 누진제 개정안대로 하면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의 전기요금 절감액이 상대적으로 많이 줄어든다.
감사원도 2013년 감사결과 보고서에서 한전 실태조사를 인용해 “1단계 요금 적용가구 중 기초수급자, 장애인,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은 130가구(6.0%)이며 이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18명(0.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누진 단계를 줄였을 경우 1~2단계 소비자가 내는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건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금(바우처)를 늘리고 전반적인 전기요금도 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누진제 완화 이후 주택용 평균 판매단가(123.69원/kWh·작년 기준)도 내려 전반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유 교수는 “평균 단가를 깎아주면 소비자가 혜택을 우선 받을 수 있고 전기소비가 늘면 전력이 남아 최근까지 쉬었던 LNG 발전소들도 가동될 수 있다”며 “소비자, 업계 모두 윈윈(win-win)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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