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저유가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를 보긴 어려울 전망이다. 코로나19 회복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고 최근 북극 한파 영향으로 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연료비연동제 도입으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있지만 인상폭을 제한하기 때문에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세를 따라잡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따라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전의 흑자 여부에 대해 결국 국제 유가 상승세에 달렸다고 분석한다. 현재로서는 유가 상승세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일각에서 올해 하반기 들어 원유 공급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축적한 엄청난 원유 재고가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이러한 유가 상승세에 불을 댕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원은 “트레이더들은 중국과 인도의 석유 수요 회복세가 선진국에서도 나타난다면 유가는 더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며 “아직 석유가 부족하다는 징조는 없으나 현재 현물과 선물 가격 차가 좁혀지고 있고 이는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해외 언론들은 “일부 전문가들이 항공사나 다른 기업이 장기 원유 구입 계약을 줄여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으나 시장 투자자들은 현재 상황을 미뤄볼 때 유가 상승세가 더욱 오래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란의 원유 수출 재개 가능성과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에 따른 추가 이동 제한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리라는 전망도 쉽게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처럼 국제 유가 상승속도가 예상을 넘어서면서 한전의 실적개선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흑자도 사실상 ‘불황형 흑자’ 구조였기 때문이다. 유가 강세에 발전사가 사들이는 전력시장가격 자체가 오르지만 상승폭만큼 전기료 인상으로 보전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해 연료비 연동제 도입으로 하반기 요금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만 연료비연동제도입시 정부의 ‘유보 권한 발동’ 등 안전장치를 둔 까닭에 큰 폭의 인상은 어렵기 때문이다.
전력을 생산하려면 석탄, LNG, 석유 등의 연료가 필요한데 연료 가격 등락에 따라 전력 생산단가가 달라진다. 발전 단가가 낮은 원자력, 석탄 발전 이용률이 낮아지면서 연료비 절감분이 고스란히 반영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석탄이용률은 전년의 70.8%에서 61.2%로 하락했다. 미세먼지 영향으로 석탄발전소 가동을 줄였기 때문이다.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도매가격인 전력시장가격(SMP)은 유가 인상 효과를 본격적으로 반영하는 올 하반기부터 반영하겠지만 한전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소매가격은 직전 분기 대비 1kWh당 3원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했다. 현재 한전의 전력 소매판매가격은 1kWh당 약 120원이다. 사실상 세금처럼 받아들여지는 전기요금 특성상, 인상 국면에서 과연 전향적으로 소비자에게 이를 전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등 상황에서 요금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한전 실적에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가 요금조정을 유보하면 이는 미수금으로 반영될 것이고 회수에는 장기간이 걸릴 전망이기 때문에 주가 상승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산업통상자원부도 가파르게 오르는 국제 유가 상승세에 대한 동향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는데 유가 상승폭이 크면 결국 하반기쯤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기요금 산정을 위해서는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 외에 환율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며 “전기료에 반영하더라도 현재로서는 5개월 이상의 시차가 남아 있는데다 2분기 전기요금을 산정하는 다음달까지 유가 추이를 좀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