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박삼구 회장 '그룹 재건' 이제 시작이다

  • 등록 2015-12-29 오후 5:43:17

    수정 2015-12-29 오후 5:43:17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9일 금호산업(002990) 경영권을 되찾았다. 지배구조 안정과 정통성 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다.

박 회장과 경영진은 그룹 재건을 위한 중요한 고비를 넘겼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이제 형식 요건을 갖췄을 뿐이다.

진정한 의미의 그룹 재건은 실적 개선과 조직 구성원들의 신뢰 회복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020560)의 수익성 강화가 시급하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은 구조조정 카드를 빼들었다. 인력을 줄이고 조직과 사업을 축소해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세부 내용은 30일 발표된다.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다. 문제는 구성원들의 동의 여부다. 노조는 실적 악화의 책임이 경영진에게 있다며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시위를 진행 중이다. 임금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젊은 조종사들이 저비용항공사로 집단 이직하기도 했다. 고통 분담의 필요성을 전 직원들과 공유하고 정중하게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금호산업 인수를 연내 마무리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새해에는 그룹 사업구조의 또 다른 축인 금호타이어(073240)의 경영권 인수 전략을 새로 수립해야 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내년부터 금호타이어 매각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지분 42.1%를 갖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금호산업과 달리 선호도가 높은 매물이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는 국내·외 경쟁 업체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제값만 받을 수 있다면 해외에서도 인수 희망자를 물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자금의 대부분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또 다시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이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갖고 있던 금호타이어 지분도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매각했다. 지금부터 내실을 다지고 지갑을 채워놓지 않으면 금호타이어가 시장에 나왔을 때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기회조차 잡을 수 없을 지 모른다.

그래서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는 그룹 재건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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