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정제마진 상승에…정유4사, 5조 적자서 7조 흑자로 '대반전'

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사상 최대 실적
정제마진 상승·재고자산 평가이익 확대
코로나 완화에 석유제품 수요 회복 '청신호'
  • 등록 2022-02-10 오후 4:00:56

    수정 2022-02-10 오후 9:13:49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국내 정유 4사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를 지웠다.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동반 상승한 데 힘입어 영업이익이 2020년 5조원 규모의 적자에서 지난해 7조원대 흑자로 반전하는 데 성공했다. 점차 석유제품 수요가 정상화하면서 정유 4사가 올해에도 좋은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GS칼텍스를 마지막으로 국내 정유 4사 모두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6092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한 해 총 2조189억원의 흑자를 내는 데 성공했다.

연결 기준, 단위=억원, 자료=각사
SK이노베이션(096770)과 GS칼텍스, 에쓰오일(S-OIL(010950)),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지난 한 해 거둔 영업이익은 7조2333억원에 이른다. 2020년 영업손실 5조319억원을 상쇄하고도 더 벌었다. 특히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실적 반전을 이끈 동력은 정제마진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등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값으로 정유사의 수익성을 가늠할 지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월별 정제마진 평균치는 배럴당 3.4달러로 2020년 0.4달러 대비 상승했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정제마진은 정유사의 통상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4달러대를 밑돌았지만 9월 5.3달러→10월 7.5달러→11월 5.0달러→12월 5.8달러 등으로 급등했다. 석유제품 재고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미국 정제시설 정전, 중국 소규모 민간 정유공장(teapot 티폿)의 가동률 하락 등이 겹치며 수급이 빡빡해졌기 때문이다.

2020년 정유사를 울렸던 재고자산 평가손실 역시 지난해 들어 평가이익으로 돌아섰다. 2020년 4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20.39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지난해 10월 81.61달러까지 치솟았다. 4분기만 봐도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이 각각 2356억원, 8400억원의 재고자산 평가이익을 냈다.

정유사의 올해 실적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요국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렸던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덴마크와 영국, 이탈리아, 미국 일부 주 등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폐지하는 등 일상으로의 복귀가 빨라지고 있다. 휘발유와 항공유, 경유 등 석유제품 수요에도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증권가가 전망한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올해 영업이익은 각각 2조1000억원대(에프앤가이드 집계)다.

정유사도 석유제품 공급을 뛰어넘는 수요 증가세에 정제마진이 오를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올해 들어 정제마진은 1월 6.0달러, 2월 7.7달러 등 강세를 보였다. 에쓰오일은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코로나19에서 벗어나며 등·경유를 중심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항공유 수요도 2019년의 85%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봤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유가 강세가 유지되는 데다 제품 가격이 유가 상승분을 흡수하면서 정제마진도 오르고 있다”며 “중국 티폿 업체의 평균 가동률이 59.5%까지 떨어지는 등 공급이 더 줄고 있는 점도 국내 정유사엔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단위=배럴당 달러, 자료=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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