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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릴레이 기대했지만…282억원 그쳐
15일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지급된 재난지원금 가운데 자발적 기부금은 282억1100만원에 그쳤다. 건수로는 15만6000건으로 한 건당 기부금액은 18만원 꼴이다. 지난 10일까지 전국 대부분(2166만 가구·99.5%)의 가구에 전체 14조2448억원 가운데 13조6240억원(95.6%)이 지급된 것을 고려하면 기부비율은 0.2% 수준에 불과하다.
재난지원금 기부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신청 단계에서 기부 △신청·수령 후 근로복지공단에 따로 기부 △신청기간이 끝날 때까지 신청하지 않으면 기부금으로 간주(의제기부) 등이다. 이 가운데 신청 단계 기부와 수령 후 기부금을 합한 금액이 282억원 수준에 그쳤다.
아직 재난지원금 지급이 진행 중이어서 의제기부금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미 지난 10일까지 지급되지 않은 재난지원금이 6208억원에 그친다는 점에서 전체 기부금 규모가 많이 늘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정부는 하위 70% 가구에 주기로 했던 재난지원금을 전 가구로 확대하면서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한 자발적 기부를 이끌어내 재정을 절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 대통령은 지급 시작 전인 지난달 7일 재난지원금 60만원(2인 가구)을 전액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공무원도 자발적 기부에 동참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기부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자 ‘관제 기부’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경제부처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고통 분담이라는 취지엔 공감한다”면서도 “‘기부하기 싫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고 가족들도 기부를 달가워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기부로 충당하려던 고용보험기금 고갈 어쩌나
기부금이 극소수에 그치면서 대부분 재난지원금이 소비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재난지원금 지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부터 육류 가격이 상승하고 안경점 매출이 급증하는 등 품목별로 소비 진작 효과가 일부 확인됐다.
이와 함께 재난지원금 기부금이 적어도 1조원 이상 걷힐 것이란 기대 아래 이를 고용보험기금 재원으로 활용하려던 정부 계획도 틀어지게 됐다. 고용보험기금은 최근 코로나19로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급증하는 등 쓸 곳이 많아지며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를 살린다는 재난지원금의 목적을 생각하면 쓰는 게 맞고 애초에 원칙 없이 100% 전 국민에게 준 것이 잘못”이라며 “고용보험기금에 충당할 돈이 적어진 상황에서는 정부가 예산으로 다시 기금을 보충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재난지원금과 별개로 근로복지공단은 지난달 11일부터 근로복지진흥기금 지정기부금을 접수하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한달간 개인·기업·단체 등이 총 18억3200만원 기부를 신청했다. 지정기부금은 재난지원금과는 달리 근로복지진흥기금으로 편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