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교육부가 국정화 확정 발표 이전부터 외부에 비밀 전담조직(국정 역사교과서 태스크포스)을 운영해 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야의 충돌이 한층 거세진 만큼 박 대통령의 국정화 강행 의지 재확인이 모든 국정 이슈를 빨아들이는 이른바 정국의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朴, 국정교과서 여론전 ‘한복판에’
국정화에 대한 박 대통령의 생각은 지난 22일 여야 지도부와의 청와대 5자 회동에서 이미 드러났다. 당시 박 대통령은 “집필진의 80%가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특정인맥으로 연결돼 7종의 검정교과서를 돌려막기로 쓰고 있어 결국은 하나의 좌편향 교과서”라며 “따라서 국정교과서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도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 “여론조사 (결과)가 좋지 않은데도 (국정화를) 끌고 나가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박 대통령의 정면돌파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여론의 눈치를 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새누리당도 청와대의 스탠스와 궤를 같이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교육부의 TF’와 관련, “그게 뭐가 문제가 있느냐”며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하겠다는데 불법 감금하고 범죄자 취급하고 하는 것이 과연 국회의원들이 할 일이냐”고 했다. 그는 역사교과서 문제는 유·불리를 따질 문제가 아니고 반드시 시정해야 할 일”이라고도 했다.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이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왜 필요한가’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열고 ‘여론몰이’를 본격화했다. 강연자로 나선 교학사 역사교과서 집필자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현행 검정교과서는) 공산주의를 은밀하게 옹호하고 있다”며 국정화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강연 직후 청와대 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은 “교과서 문제는 가치와 생존을 위한 싸움”이라며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서 이 싸움을 주도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비밀TF’에 화력 집중한 野
박 대통령의 국정화 의지가 재확인되면 내달 2일 행정예고 종료 및 5일 국정화 고시 확정, 11월 내 집필진 구성 착수 등 정부의 국정화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여야의 충돌은 더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원외투쟁에 화력을 집중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을 중심으로 TF가 있는 국립국제교육원 앞에서 TF의 실체와 활동내용 규명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 중이다.
배재정 의원은 기자와 만나 “정부가 밀어붙이면 바꿀 수 있는 어떤 제도적 장치가 없어서 안타깝다”며 “다만 국민이 반대하고 상임위에 제대로 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비밀 작업을 하는 부분에 대해선 정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가 직접 관여한 TF로 추정된다”며 “5공화국 시절 관계기관대책회의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사실상 밀실 여론조작팀”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불발된 교문위를 내일 중 재소집하는 한편 운영위 소집도 요구하는 등 여론몰이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세종시에 있는 관계로 내일 소집하는 것으로 조율이 됐다”면서 “교문위원장이 내일하자고 했고 이 부분에 대해선 동의한 것으로 합의됐다. 교문위와 함께 운영위 소집을 요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