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실업률 사상 최고…조선업 구조조정發 실업대란 오나

  • 등록 2016-06-15 오후 4:12:57

    수정 2016-06-16 오전 8:25:02

[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박대영 삼성중공업(010140) 사장이 15일 오전 직접 사내 방송에 출연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당장 올해 1500명 규모의 사무직 희망퇴직을 받는 등 2018년 말까지 전체 인력의 30~40%를 감축하겠다고 통보했다. 1만 3901명(올해 3월 말 기준)에 달하는 임직원 수를 8300여 명 수준으로 줄여 구조조정의 파도를 넘겠다는 것이다.

‘조선 빅3’ 중 나머지 둘인 현대중공업(009540)대우조선해양(042660)도 각각 인력 감축에 나섰다. 지난해 1300여 명의 희망퇴직을 시행한 현대중공업은 지난달에도 추가로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신청자는 2000여 명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700여 명을 감원한 데 이어 올 3월 말 현재 1만 2819명인 임직원을 2020년까지 1만 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조선업 등 산업 구조조정발(發) 실업난이 가시화하고 있다. 거제·창원·통영 등 중대형 조선소가 몰려있는 경남 지역 실업률이 역대 최고로 치솟은 것이다.

△조선업 발(發) 구조조정 여파로 고용 시장에 냉기가 감돌고 있다. 지난달 말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있는 울산지역 하늘이 뿌연 미세 먼지로 뒤덮여있다.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경남 지역 실업률은 3.7%로 작년 같은 달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상승 폭은 전국 16개 시·도 중 최고였다. 5월 전국 실업률(3.7%)이 작년보다 0.1%포인트 내렸지만, 경남 지역만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지난달 경남 실업률은 5월 기준으로는 1999년 통계청이 실업자 분류 기준을 구직 기간 1주에서 4주로 변경한 이후 역대 최고치였다. 경남 거제에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조선소가 있고, 창원에는 최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해양, 통영에는 성동조선해양 조선소 등이 있다. 이 지역 실업률은 2011년 5월 1.6%를 기록하는 등 그간 1~3% 중반을 오가며 다른 지역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여왔다. 조선업 호황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 조선업황에 먹구름이 드리우며 실업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달 경남 지역 실업자 수는 6만 5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만 2000명 증가했다. 동월 기준으로 역대 가장 많은 규모다. 과거 실업자 규모는 2012년 2만 9000명, 2013년 3만 3000명, 2014년 3만 6000명, 지난해 4만 3000명 정도에 불과했다.

전북과 울산 실업률도 전년보다 각각 0.6%포인트, 0.1%포인트 높아졌다. 두 지역(전북 군산·울산)에는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들어서 있다. 김이한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구조조정 영향이 일부 가시화되는 조짐”이라고 진단했다.

△5월 경남지역 실업률 [단위:%, 자료:통계청]
구조조정발 한파는 고용시장 전반의 활력을 갉아먹고 있다. 지난달 국내 취업자 수는 2645만 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6만 1000명 늘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한 증가 폭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21만 9000명) 이후 7년 만에 가장 적었다.

제조업 취업자 증가 규모가 작년 5월 14만 명에서 올해 5월 5만 명으로 내려앉은 영향이 컸다. 심원보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경남 지역 제조업 취업자가 2만 6000명 줄었고,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있는 전북 지역도 5000명 감소했다”고 말했다. 경남은 제조업 취업자 감소 폭이 전국에서 가장 컸다.

이처럼 고용 사정이 악화하자 정부도 실업자 구제에 나서고 있다. 민관합동조사단은 이날 거제시를 시작으로 조선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위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 관계자는 “16일 울산, 20일 전남 영암 조사 등을 거쳐 이달 말 고용정책심의회에서 지원업종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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