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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15일 자정이 가까운 시간, 대표직을 사퇴하며 전한 말이다.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은 103석, 충격적인 참패로 21대 총선을 마무리했다. 특히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121곳 가운데서는 12곳에서만 승리를 거뒀다. 국민들은 혁신하지 않는 보수를 외면했다. 그 중심에는 황 전 대표가 있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표 취임 후 그가 보인 행보를 한 마디로 ‘무능력’이라고 혹평했다. 일단 황 전 대표는 ‘정계은퇴’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복귀 여부는 당이 새로운 출발에 성공하느냐, 마느냐와 국회 입성 등 두 가지에 달렸다는 시각이다.
黃 “朴 탄핵 동의하지 않아”…‘중도’ 멀어지기 시작
황 전 대표는 지난 2019년 2월 당대표 취임 이후 ‘반문(反文)구호’ 외에는 그럴싸한 확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보수통합 역시 첫 입만 떼고 이내 장막 뒤로 숨었다. 주요 고비마다 우유부단함을 일관했고, 정작 힘을 쏟지 말아야 할 때 힘을 쏟는 실책을 보였다.
우유부단함은 계속됐다. 본인의 서울 종로 출마 여부부터 시간을 끌었다. 앞서 세월호 막말, 5.18 광주민주화운동 망언 처리도 ‘간보기’로 일관했다. 여기에 선거를 며칠 남겨두지 않고 차명진 후보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서 제명을 주저하다 수도권 민심만 악화시켰다.
이에 더해 공천 막바지 뒤집기, 이른바 ‘호떡 공천’이나 패스트트랙 투쟁을 포함한 장외집회 등 ‘전략’을 세워야할 상황에 ‘전력’을 쏟는 모습을 연출했다. 특히 지난해 말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종료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철회 △공직선거법 개정안 철회 등을 요구하는 단식 투쟁 과정 중에는 전광훈 목사를 필두로 한 강경 보수 기독교 세력과 손을 잡았다. ‘극한의 투쟁’과 ‘강경 보수’와의 만남은 중도층 유권자에게 비호감도만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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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통합당이 혁신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다. 벌써 통합당에서는 차기 당권에 대한 얘기가 자천타천 흘러나오고 있다. 관련 인물로는 불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을 비롯해 주호영(대구 수성갑)·조경태(부산 사하을)·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서병수(부산 부산진갑) 당선인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홍준표(대구 수성을),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등도 잠재 당권 후보군이다. 다만 이들이 통합당을 새롭게 혁신할지, 또 보수층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줄지는 의문이다.
만약 또다시 혁신에 실패하고 보수 회귀현상이 나타난다면 황 전 대표에게도 복귀 공간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물론 전제는 황 전 대표도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야 한다는 것. 한 통합당 관계자는 “서울 출신인 황 전 대표가 재보궐에서 표밭인 영남으로 가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며 “설사 황 전 대표가 복귀하더라도 통합당의 확장성이 늘어날지는 의문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