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홍준표, 무상급식 충돌…서로 "벽에다 얘기"

文 "정치논리에 아이들 피해…도의회 뒤에 숨지 말라"
洪 "밥보다 교육질 더 중요…대안도 없이 찾아왔나"
  • 등록 2015-03-18 오후 5:16:40

    수정 2015-03-18 오후 6:46:17

“피란살이 시절에 강냉이 죽 급식을 받기도 하고 없을 때는 물로 배를 채우던 때도 있었다. 지사님 글 올리신 것 보니 그런 시절 보내셨다고. 그런 시절 다 겪고 살아왔는데 애들 밥은 좀 먹이면서 정치를…”(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접근하시는 게 감정적으로 접근하신다. 교육현장 가보면 밥보다 중요한 게 공부다. 현재 급식에 매몰돼 무차별 급식을 하는데 교육기자재 학교 예산이 42% 줄었다. 공부하러 가는 거지 밥 먹으러 가는 건 아니지 않나”(홍준표 경남지사).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18일 경남 창원에 위치한 경남도청 2층 지사실. 경남도의 무상급식 예산 중단 문제를 놓고 문재인 대표가 홍준표 지사를 직접 찾았다. 오전 11시부터 30분간 진행된 이번 회동에서 양측은 대화 초반에 “근래 선박(산업)이 살아난 것은 지사님 업적이다”(문 대표), “대표님이 봄비를 몰고 온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홍 지사)며 덕담을 건넨 이후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서는 한 치도 양보 없는 격론을 벌였다.

문재인·홍준표 첫인사 후 날선 신경전

문 대표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문 대표는 “모든 아이들에게 급식을 주는 것은 의무교육의 하나로 당연히 따라야 한다”며 “무상급식은 다른 곳에서는 다 하고 있는데 경남도에서만 중단됐다. 정치 논리 탓에 경남 아이들만 급식에서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홍 지사가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홍 지사는 “무상급식 중단이 아니라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한 것”이라며 “국가에서 차상위계층에 대해서는 급식비를 지원하고 있고 (무상급식용)도 예산은 서민 교육지원비로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날선 공방이 이어졌다. 문 대표는 “이 문제 발단이 도와 교육청 간 (무상급식용 지원 예산) 감사 문제 의견차로 시작됐다는 것은 다 아는 바”라며 “그 예산은 어쨌든 확보돼 있는 것이니 지금이라도 해법이 있다면 대화하자는 것이고 없다면 돌아가야 한다”고 재반박했다.

홍 지사도 문 대표의 지적에 다시 맞섰다. 홍 지사는 “만나서 하려면 작년 도의회에서 예산이 확정되기 전에 했어야 한다”며 “예산 집행 단계에서 집행부 예산과 다르게 합의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확정된 예산의 집행단계에서 예산을 전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가 스웨덴 등 북유럽의 복지체계를 예로 들며 국가의 사회보장 서비스의 중요성을 언급하자 홍 지사가 “사회보장체제는 사회주의식 체제”라고 했고 이에 문 대표는 “또 좌파 이야기는 하지 마시고…”라고 반박하면서 분위기가 순간 어색해지기도 했다.

서로 헤어지며 “벽에다 얘기”

양측 간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평행선을 긋자 문 대표는 “도의회 뒤에 숨지 마시라. 해법이 없다면 저는 일어서서 가겠다”고 했고 홍 지사는 “여기 오실 거면 대안을 갖고 왔어야 했다”며 회동을 마무리했다.

문 대표가 도청을 떠나면서 “잘못된 길을 가신다”고 하자 홍 지사가 “나중에 판단할 일”이라며 신경전은 이어졌다. 문 대표가 다시 “소득이 (없다).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줄 알았다”고 하자 홍 지사도 “저도 마찬가지”라고 맞받아쳤다.

한편 문 대표는 홍 지사와의 무상급식 회동에 앞서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공식일정으로 방문했다. 문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후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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