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대상 업체에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할당해 그 범위 안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도록 하되, 여분이나 부족분은 다른 업체와 거래할 수 있도록 해 전체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여나가는 제도다.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 등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 개선과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기대효과가 큰 만큼 시행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계는 배출권 할당량 부족으로 인한 과도한 비용부담 탓에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시행시기를 재검토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 적용대상 업체 전체가 배출할 수 있는 총 허용량을 약 16억4000만t으로 정했다. 1차 계획기간의 할당 대상은 전환·산업·공공 폐기물·건물·수송 등 5개 부문 23개 업종이다.
△전환 부문은 발전·에너지 1개 업종에 7억430만t △산업 부문은 철강(3억t), 석유화학(1억3750만t) 등 17개 업종에 총 8억8870만t △공공·폐기물 부문은 폐기물 등 2개 업종에 2780만t △건물 부문은 건물 등 2개 업종에 1840만t △수송 부문은 항공 1개 업종에 370만t의 배출허용 총량이 할당됐다. 정부는 1차 계획기간에는 배출권을 100% 무상으로 할당한다는 계획이다.
재계 “비용 증가로 글로벌 경쟁력 약화”
재계는 중국 등 주요 이산화탄소 배출국들이 모두 배출권 거래제 참여 시기를 늦추고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이를 도입할 경우 비용 증가로 인한 기업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며 경쟁 국가의 참여시기를 지켜본 뒤 도입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재계는 내년 중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2017년까지 기업이 부담해야 할 추가비용이 최소 5조9762억원에서 최대 28조4591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28조원은 모든 업체가 배출권 확보에 실패해 배출탄소 t당 10만원(상한치 기준)의 과태료를 물었을 때를 가정해 계산한 것이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본부장은 “전 세계 배출량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을 비롯해 주요 배출국은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지 않는 가운데 약 1% 차지하는 우리나라가 참여해 전 세계 배출량이 줄어들지 의문”이라며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참여 없이 우리나라만 조기 시행하게 되면 지구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거두지도 못한 채 국내 기업의 비용 부담 증가로 산업경쟁력만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부·학계 등 “환경선진국 도약 기회..배출권거래제 기업 부담 크지 않아”
또한, 산업계가 추산한 추가 비용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할당계획안에 따른 감축비용을 2015∼2017년간 1조1000억∼2조7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지난 달 유럽연합(EU) 배출권 가격인 8600원을 적용하면 1조1000억원, 2010년 EU 배출권 평균가격인 2만1000원을 적용해도 2조7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륜민 환경부 배출권거래제 준비기획단 과장은 “산업계가 추산한 추가비용은 설비개선, 효율증진 등이 전혀 없다는 비현실적인 가정에서 이뤄졌다”며 “특히 1차 계획기간에는 배출권이 100% 무상으로 할당되기 때문에 기업 부담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학계와 연구계 등도 배출권 거래제가 목표관리제나 탄소세보다 기업 부담을 줄이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형나 경희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중국과 달리 수출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국제동향을 장기적인 차원에서 미리 봐야 하므로 제도를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며 “다른 대안으로 목표관리제와 탄소세 제도가 있지만, 배출권 거래제가 가장 경제적 부담이 적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