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방한] "세월호 유가족 내몰고 시복식 할 순 없다"

강우일 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 브리핑서 밝혀
행사 당일 최소한 유가족 남는 방안 협의 중
"교황 국내 문제 해답 제시하진 않을 듯"
  • 등록 2014-08-12 오후 5:58:30

    수정 2014-08-12 오후 8:05:11

강우일 주교가 12일 서울 명동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열린 교황방한준비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고통에 눈물을 흘리는 세월호 유가족을 내몰고 광화문 시복식을 거행할 순 없다”며 “시복식 중 최소한의 가족들이 남아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광화문 시복식 행사 때문에 그분들이 물리적으로 퇴거당하거나 쫓겨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분들의 아픔을 끌어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위원장인 강우일(70) 주교가 16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시복미사로 인해 광화문에서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이 쫓겨나서는 안 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강 주교는 12일 서울 명동 명동성당 문화관에서 열린 교황방한준비위원회 브리핑에서 “현재 세월호 유가족과 계속 협의를 하고 있다”며 “그러나 고통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내몰고 시복식을 거행할 순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광화문에서 세월호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요구하며 수십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16일 시복식이 광화문에서 열리게 되면서 농성장의 강제 퇴거를 놓고 관심이 집중됐다. 강 주교는 “다만 농성장도 이미 시복식에 참석하는 신자들 자리로 정해진 상황에서 시복식 중에는 최소한의 가족들이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천주교 실무진들이 유가족을 비롯해 정부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국내 상황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강 주교는 “한국이 어떤 상황이고 우리 교회가 어떤 일을 겪고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최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상세하게 알려 드리려고 노력했다”며 “그러나 교황이 느낄 수 있는 이해의 폭은 상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답했다.

강 주교는 “교황이 우리나라의 여러 문제와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이나 조언을 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서 오늘날 여러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폭넓게 조언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이날 발표한 담화문에서 “교황이 아시아 대륙에서도 가장 먼 한반도를 제일 먼저 찾는 건 우리와 함께 한반도, 그리고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시려는 염원 때문이다”라며 “교황의 방한기간 동안 교황이 전하고자 하는 ‘사랑과 희망’ 안에서 서로 포용하고 화합하며 이 땅에 화해와 평화의 싹이 더욱 많이 터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교황 방한의 의미를 부연했다.

강 주교는 현재 천주교 제주교구 제3대 교구장으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세례명은 베드로. 1984년과 198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당시에도 교황 방한 일정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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