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정부가 연간 5만달러(약 6172만원) 이상 외환 송금 시 사전 신고해야 하는 의무를 없앤 신(新)외국환관리법(외환법) 제정을 검토 중이다. 해외 유학, 여행, 개인 간 송금 등 일상적인 외화 거래는 사전 신고 의무가 사라지고 사후 통보로 전환할 전망이다.
| 정부가 연간 5만달러 이상 외환 송금 시 사전 신고해야 하는 의무를 없앤 신(新)외환법 제정을 검토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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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신외환법 기본방향을 이달 말께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안에 개정안을 마련해 이르면 내년 하반기 국회 입법 과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신외환법은 기존 법을 아예 폐지하고 국제 기준에 맞는 외환법을 새로 쓰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외환법은 1999년 외국환관리법에서 전환된 후 부분적으로만 수정되며 큰 틀에서 제도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보니 외화 유출을 막는 데 초점을 뒀던 과거의 철학을 담고 있어 지난 20년 동안 성장한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외금융자산은 1999년에 비해 13.9배 늘어난 2조1784억달러(2021년 말 기준)에 달한다.
국민 입장에서 가장 체감할 만한 변화는 외환 송금의 문턱이 사라지는 것이다. 현행 법에 의하면 미화 5000달러까지 해외 송금은 비교적 자유롭게 가능하지만, 이를 초과할 경우 장벽이 급격히 높아진다. 외국환거래은행을 지정한 후 영업점을 통해서만 송금할 수 있고, 사전에 매매 사유와 금액을 확인할 수 있는 많은 증명 서류들을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 소요가 과도하게 발생하거나 부지불식간에 법규를 위반하게 되는 등 부작용이 지속됐다. 만약 신고를 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1억 원 이하의 과태료 또는 벌금, 1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등 처벌도 무거웠다.
신외환법이 도입되면 개인의 일상 외환 거래에 한해서는 사전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유형, 상대방, 규모 등의 정보에 대해서만 사후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단 대규모 외환 유출입 등 당국의 모니터링이 필요한 거래, 당국의 사전인지가 필요한 거래, 사후 변동사항을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거래 등 사전신고가 필요한 거래는 별도 분류해 법에 명시한다는 방침이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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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현재 은행으로 한정된 외국환 거래기관을 향후 역량 평가 기준을 충족한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 거래 편의성이 제고된 점을 탈세, 자금 세탁 등의 범죄로 악용하는 데 대해서는 사후 보고 등을 통한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해 대비에 나설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지난 13일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정부는 관성적인 규제 존치 입장에서 탈피해 성숙한 우리 경제 수준에 맞는 시장친화적 외환 제도를 마련하겠다”며 “신 외환법 제정 방향은 금일 논의를 거쳐 금명간 경제부총리 주재 장관급 회의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