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슈펙트의 화려한 등장과는 달리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초기 환자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허가받아 사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의료진들이 외면했다. 매출도 기대와는 달리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일양약품이 슈펙트 국내 데뷔 3년만에 부활을 선언하고 나섰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슈펙트는 새로 진단된 만성기의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 만성골수성백혈병 (Ph+CML) 성인 환자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됐다. 초기 환자에도 슈펙트 처방이 가능하도록 허가사항이 변경됐다.
지난 2012년 아시아 최초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로 등장한 슈펙트는 백혈병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글리벡’보다 효과가 월등한 약물로 평가받는다. 다만 글리벡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 환자에 한해 2차 치료제로 사용하도록 허가돼 사용 환자가 제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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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펙트 입장에선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었다. 글리벡을 포함해 만성골수성백혈병치료제 4개 중 슈펙트만이 2차치료제로 남았기 때문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 중 2차 치료제 환자는 15~20%에 불과하다. 실제로 성적표도 신통치 않았다. 슈펙트의 생산실적은 2012년 22억원, 2013년 20억, 2014년 9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2012년 일양약품은 슈펙트의 판권을 영업력이 강한 대웅제약(069620)에 넘겼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슈펙트는 1차치료제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3년 만에 본격적인 경쟁이 가능한 지위에 올랐다. 일양약품 측은 “슈펙트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가 10배 이상 늘었다”며 시장 안착을 자신했다.
실제로 일양약품은 사용 범위 확대로 인한 효과를 톡톡히 본 경험이 있다. 일양약품은 20년의 개발기간을 거쳐 지난 2009년 항궤양제 ‘놀텍’을 허가받았지만 적용 질환이 다양하지 않아 매출은 미미했다. 하지만 2012년 역류성식도염 효능을 인정받은 이후 놀텍은 단숨에 연 매출이 100억원대로 성장했다.
일양약품이 슈펙트의 재도약을 자신하는 이유는 우수한 약효다. 임상시험에서 글리벡 내성이 생긴 백혈병 환자에 슈펙트를 36개월 동안 투여한 결과 생존율은 87.6%으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일양약품은 “슈펙트를 경쟁 약물보다 20% 가량 저렴하게 공급할 계획이다”면서 적극적인 가격 경쟁도 예고했다. 실제로 슈펙트의 사용 범위 확대로 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을 통해 가격인하도 이뤄질 예정이다. 일양약품 측은 이미 수출 계약을 맺은 중국, 러시아 뿐만 아니라 미국·유럽 진출도 시도할 여건이 갖춰졌다는 입장이다.
슈펙트는 글리벡의 제네릭과도 경쟁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 2013년 6월 글리벡의 특허가 만료되자 한미약품(128940), 종근당(185750), 동아에스티(170900) 등 15개 업체가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 업체는 제네릭 가격을 특허만료 전 글리벡의 20% 수준까지 떨어뜨리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일양약품 관계자는 “슈펙트는 미국·유럽 중심의 백혈병 치료제 학회 및 세계 의학계에서 경제적 약가와 우수한 효능·효과로 높은 관심을 받은 약물이다”며 경쟁을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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