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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전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만찬 회동에서 2차 추경을 통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
하지만 당 안팎의 반발에 직면하게 되자 100분 만에 번복하며 한발 물러섰다. 피해 소상공인을 두텁게 지원하자는 당의 주장이 수용된 것을 전제로 전국민 지급 가능성을 열어둔 합의였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이 대표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관련 질의응답 자리를 갖고 진화에 나섰다. 그는 “송 대표는 지금 민주당과 정부 안에 따르면 80% 정도 선별 지원도 소비진작용으로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선별비용 등이 문제될 수 있으니 전국민 지원으로 가는 건 어떠냐 했다”며 “만약 그런 부분이 방식에 대한 문제라면 80%, 100%의 차이가 크지 않다 본다.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단 식으로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또 “송 대표에게 정부·여당안이 3조9000억원보다 훨씬 늘려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송 대표가 동의해 소상공인 지원을 늘리는 쪽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추경 협상을 주도하는 원내지도부와의 사전 조율 없이 1시간 15분 동안 이뤄진 회동만으로 총 33조원 규모의 추경을 손질한 것을 두고 당내 반발이 만만찮다.
이번 사태를 두고 30대, 0선의 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정치 경력도 10년을 넘지만, 5선 중진인 송 대표의 ‘기습 제안’ 수에 이 대표가 쉽게 말려들어 갔다는 것이다. 또 당무와 원내 업무에 대한 인식 부족도 드러났는 지적도 나온다
원희룡 “실망스럽다” … 김태흠 “월권행위 자제해야”
당내 중진인 김태흠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는 원외 당 대표로서 국회의 권한인 추경 편성까지 당내 의견 수렴 없이 합의하는 월권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면서 “아직도 정치평론가, 패널처럼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언급하면 당이 곤란해진다. 진중하게 행동하시길 당부드린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번에 불거진 내부반발이 단순히 ‘재난지원금’에 한정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토론 배틀로 당 대변인단을 선출하는 등 파격적 시도와 헌정사 첫 30대 당수라는 신선함으로 당 지지율을 견인했지만, 제1야당 대표의 발언이 갖는 무게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당내 불만이 내재돼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전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해 ‘잔인함’(cruelty)이라는 단어를 쓰는가 하면, 중국대사 면전에서도 홍콩 문제 등을 거론하며 우려를 전달한 것을 두고도 우려의 시선이 나왔다. 아울러 이 대표가 선제적으로 띄운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론도 디테일과 신중함이 다소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대표가 얘기하는 내용이야 다 훌륭한지만, 집권해서 다시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며 “여가부 폐지도 여성들이 반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조금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