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를 주축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셰일가스 혁명을 등에 업은 미국간 에너지 패권 경쟁으로 현재 국제유가는 지난 여름 최고치에서 60% 이상 폭락했다. 사우디는 석유 수출 수익이 재정수입의 80% 이상이다. 단순히 계산해도 유가 하락만으로 국고가 반토막난 상황인 셈이다.
OPEC이 공급량을 줄이면서 석유 가격이 폭등한 1, 2차 오일 쇼크 이후 미국은 에너지 자립에 칼을 갈았다. 셰일가스가 그 결실 중 하나다. 그런데 과연 에너지 패권다툼에서 승리하고 사우디를 무릎 꿇리는 것이 미국이 진정 원하는 것일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재 중동 정세에서는 튼튼한 재정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사우디가 미국 국익에 훨씬 부합하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작년 미국이 IS를 공격할 당시 최측근 동맹이었으며 여전히 IS격퇴와 중동 정세 안정에 없어서는 안되는 우군이다. 결국 유가는 미국과 사우디가 체면을 구기지 않는 수준에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금의 파동이 끝난 이후에도 글로벌 에너지 패권자들의 필요에 따라 유가는 얼마든지 요동칠 수 있다.
정답은 이미 알고 있다. 미국처럼 기술발전으로 과거에는 접근하지 못했던 자원을 발굴해내거나 대체 에너지 개발 등으로 점진적으로 에너지 자립국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도자가 명확한 장기 청사진을 제시하고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국력 투입이 필요하다. 이번 유가 파동이 에너지 전략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