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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정치권의 대표적인 ‘건전재정론자’로 꼽힌다. 그가 지난해 4·24 재보선을 통해 19대국회에 입성한뒤 가장 먼저 내놓은 법안도 국가재정법 개정안이다. 해당 회계연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직전 회계연도 비율보다 낮게 유지되도록 한 게 골자다.
이는 기업 혹은 가계의 빚이 과도하면 국가가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지만, 국가재정의 근간이 무너지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어진다는 우려에서다. 국가가 파산하면 국민들, 특히 서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는 건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현재 복지수요가 폭발하는 상황이다.
김무성, 朴정부 금기어 ‘증세’ 공식 거론
김 대표가 20일 관훈토론회에서 ‘증세’를 정면으로 거론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고민의 연장선상이다. 증세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금기어’였다. 그럼에도 그가 당 대표 직함을 걸고 증세 논의를 공식화한 것은 그만큼 건정재정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는 관측이 많다. 실제 그는 지난 2012년 18대대선을 앞두고도 ‘부유세 신설’ 카드를 꺼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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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지난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19.3%다. 조세부담률은 GDP 대비 조세의 비율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수준은 미국(18.5%)과 일본(16.3%)보다는 높다. 하지만 영국(28.2%)과 독일(22%), 프랑스(26.3%), 스웨덴(34.1%) 등 유럽 국가들보다는 낮다. 김 대표가 “복지국가들은 조세부담률이 상당히 높다. 증세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느냐”고 한 건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일단 ‘부자’들의 소득세를 더 높여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소득세 부담률은 3.6%로, OECD 평균(8.4%)보다 훨씬 낮다. 법인세·소비세 등 다른 세목들과 비교해도 그 차이가 크다. 그는 이날 관훈토론회 후 국회에서 열린 ‘피케티 21세기 자본론’ 토론회에서도 “피케티의 주장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마 피케티는 소득상위 1%의 부자들에게 최고 80%의 부유세를 주장한 프랑스 출신 경제학자다.
김무성 정면돌파, 정치적 난관 불가피
다만 김 대표의 증세론 ‘정면돌파’는 정치적으로는 난관이 불가피하다. 박근혜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누누히 강조해왔으며, 이번 ‘최경환 경제팀’ 역시 증세는 선을 긋고 나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 대표는 여권내 비주류 좌장 격으로 분류된다. 김 대표가 아직은 친박세(勢)가 강한 여권 전반과 다소 각을 세운다는 관측도 가능한 대목이다.
특히 여권이 당장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인세 인상 등 증세를 주장하는 야권과 ‘세금전쟁’을 벌일 게 뻔한 상황이어서 이날 김 대표의 발언은 그 정치적인 파장이 더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