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발길 끊는 유커, 사드 탓만 하고 있어서야

  • 등록 2017-01-10 오후 2:35:44

    수정 2017-01-10 오후 3:15:33

베이징 대표 뮤지컬 ‘금면왕조’의 한 장면.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중국 수도 베이징을 대표하는 뮤지컬 `금면왕조(金面王朝)`는 웅장한 스케일로 관중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한시간여 가량 펼쳐진 공연은 중국의 전통미가 살아있는 스토리와 화려한 무대연출이 어우러져 명불허전을 실캄게 했다. 측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는 영어와 한국어 등 외국어 자막이 곁들여져 관광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동행한 지인은 끔찍한 스모그를 뚫고서라도 보러 오길 잘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금면왕조는 중국의 전설을 기초로 재구성한 대규모 무용 서사극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영화감독 장예모가 연출한 공연이다. 섬세함과 웅장함을 동시에 갖춘 매력으로 십수년째 베이징의 대표적 공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금면왕조 외에도 중국은 각 도시별로 관광객을 위한 대표 공연이 있다. 마카오의 댄싱워터나 장가계의 천문산쇼 등은 외국인들에게 필수 관광 코스로 꼽힌다. 공연 관람이 도시 방문의 주목적인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관광객들에게 도시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공연이 비단 중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뮤지컬의 본고장인 영국은 물론이고 일본 가부키 공연, 베트남 수상인형극,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등 따져보면 이루 다 열거하기 어렵다. 이들은 각 나라 또는 도시를 대표하는 공연으로 관광객들의 주된 방문 동기가 되기도 한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방송연예 기획을 하고 있는 한 지인은 얼마 전 기자에게 “점점 중국 손님을 서울로 데려가기가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최근의 어려움을 차치하고라도 중국인들의 만족도 자체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쇼핑 외에 할 게 없다 보니 한두번 한국을 다녀갔던 이들은 더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그는 “중국인들은 서울이 국제적 관광도시라 하면서도 외국인들을 위한 변변한 공연 하나 없다고들 한다”며 “쇼핑 외에는 특별히 할 게 없어 한번 가지 두번 갈 곳은 아니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한다. 한 여행사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현재 절반 가량으로 고객 수가 감소했다는 발표도 내놨다. 물론 ‘한한령’ 등 사드 여파로 인해 속도가 빨라지긴 했지만 사실 이같은 기류는 그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의 관광 인프라와 콘텐츠 부족은 한류와 한국산 화장품 열풍 등으로 열광하던 한국 여행의 매력을 떨어뜨리며 이미 짧았던 호황기의 정점을 지난 상태였다. 메르스 사태와 사드 여파가 아니더라도 이미 유커들의 한국 여행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질대로 떨어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조선 철강 자동차 등 과거 우리의 기간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관광 서비스업이야말로 우리의 좋은 미래 먹거리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기암괴석이나 에메랄드빛 바다와 같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그리 풍부하지도 않은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관광대국이 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관광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인프라 투자와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는 등의 적극적 노력이 있어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 당국은 전략적인 관광문화 산업 육성 계획을 세우기는 커녕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속에 심각한 부정부패에 연루돼 있다. 관광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 당국부터 하루빨리 환골탈태할 필요가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한국은 관광서비스 인프라 순위 70위로 최하위권이다.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이 갖춰져야 비로소 외부 변수가 걷혔을 때에도 자생적 극복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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