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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면왕조는 중국의 전설을 기초로 재구성한 대규모 무용 서사극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영화감독 장예모가 연출한 공연이다. 섬세함과 웅장함을 동시에 갖춘 매력으로 십수년째 베이징의 대표적 공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금면왕조 외에도 중국은 각 도시별로 관광객을 위한 대표 공연이 있다. 마카오의 댄싱워터나 장가계의 천문산쇼 등은 외국인들에게 필수 관광 코스로 꼽힌다. 공연 관람이 도시 방문의 주목적인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관광객들에게 도시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공연이 비단 중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뮤지컬의 본고장인 영국은 물론이고 일본 가부키 공연, 베트남 수상인형극,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등 따져보면 이루 다 열거하기 어렵다. 이들은 각 나라 또는 도시를 대표하는 공연으로 관광객들의 주된 방문 동기가 되기도 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고 한다. 한 여행사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 발표 이후 현재 절반 가량으로 고객 수가 감소했다는 발표도 내놨다. 물론 ‘한한령’ 등 사드 여파로 인해 속도가 빨라지긴 했지만 사실 이같은 기류는 그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의 관광 인프라와 콘텐츠 부족은 한류와 한국산 화장품 열풍 등으로 열광하던 한국 여행의 매력을 떨어뜨리며 이미 짧았던 호황기의 정점을 지난 상태였다. 메르스 사태와 사드 여파가 아니더라도 이미 유커들의 한국 여행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질대로 떨어지고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 당국은 전략적인 관광문화 산업 육성 계획을 세우기는 커녕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 속에 심각한 부정부패에 연루돼 있다. 관광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 당국부터 하루빨리 환골탈태할 필요가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한국은 관광서비스 인프라 순위 70위로 최하위권이다.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이 갖춰져야 비로소 외부 변수가 걷혔을 때에도 자생적 극복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