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법' 발등의 불‥넋놓은 정부 귀막은 정치권

鄭총리 뒤늦게 국회 방문‥강창희 "정부 잘못"
與 "민주가 처리 막아" vs 野 "새누리 파렴치해"
새누리, 20일 임시국회 단독 소집
  • 등록 2014-03-17 오후 7:12:58

    수정 2014-03-17 오후 7:12:58

17일 오전 강창희 국회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원자력 관련법 처리를 위한 3월 임시국회 소집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서울=뉴시스]


[이데일리 이도형 김정남 기자] 느닷없이 튀어오른 ‘원자력법(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개정안)’이 여의도 정가의 또다른 갈등요소로 떠올랐다. 2년 전 한국이 주도한 핵테러억제 및 핵물질방호 국제협약의 후속조치인 원자력법이 오는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전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국제적 신의를 저버린 나라로 체면을 구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야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긴채 ‘네탓’ 공방만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일단 국회는 새누리당의 요구로 오는 20일 임시국회를 열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방송법 개정안을 함께 처리해야 협조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임시국회가 열려도 공전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원자력법’ 넋놓고 있던 정부‥책임 공방하는 여야

원자력법은 지난 2012년 정부안이 발의된 이후 2년간 국회 소관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법안소위도 통과하지 못했다. 정작 법안 내용을 두고서는 여야간 이견이 거의 없다. 미방위 한 관계자는 “여야가 이미 처리하기로 합의한 법안”이라고 말했다.

이견이 없음에도 발이 묶인 이유는 우선 정부의 무사안일한 태도가 거론된다. 정부·여당이 매 국회 회기마다 중점법안으로 선정하는 목록에 원자력법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정부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의미다. 미방위 법안소위에 3차례나 상정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던 것도 이같은 정부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돌연 문제가 불거지자 국회를 찾아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17일 국회를 방문했다.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여야 가리지 않고 지적의 대상이 됐다. 강창희 국회의장이 나서 “정부가 잘못했다”고 공개적으로 질타했을 정도다.

여야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원자력법은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소위 문턱을 넘을 뻔 했지만 연계법안인 방송법이 막판 새누리당의 내부반발로 처리되지 못하면서 발이 묶였다.

여야는 이를 두고 지금껏 상대방 탓만 하고 있다. 강 의장이 이날 여야 원내지도부를 불러 논의했지만 입장차는 여전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방송법을 고리로 다른 법안 처리를 막고 있다며 우선 이 법안이라도 처리하자”고 압박했다. 반면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급하니까 이제 와서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주장을 하는 건 파렴치하다”고 지적했다.

미처리시 후폭풍 우려…“전세계 노력에 동참 못할 수도”

정부·여당이 원자력법을 갑자기 국회에 들이민 것은 미처리 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 지난 2012년 서울에서 제2회 핵안보정상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이 회의에서 제3회 헤이그 회의 전까지 국제연합(UN)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각각 핵테러억제 협약과 핵물질방호 협약에 관한 관련 비준서를 기탁하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국제기구가 각국 비준서 기탁시 국내법 정비를 동시에 요구한다는 점이다. 여야가 2011년 관련 비준안을 통과시키긴 했지만, 후속법안인 원자력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협약 당사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박 대통령은 핵안보 강화와 관련된 성과사항을 이번 헤이그 회의에서 발표할 수 없게 된다. 정부는 제2회 회의 개최국으로서 협약을 주도해놓고 뒤늦게 체면을 구길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 관계자는 “핵안보 사안은 최근 국제적으로 굉장히 중요하게 본다”면서 “전세계 적인 노력에 동참하지 못할 수도 있게 됐다”고 우려했다.

<용어설명>원자력법

원자력법은 핵테러행위를 규제할 범죄 및 처벌사항을 명확히 규정해 핵안보체제를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또 원자력 사업자에게 물리적 방호교육과 훈련을 실시하도록 해 위협대응 능력도 키우도록 했다.

원자력법은 2011년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받은 핵테러억제 협약과 핵물질방호 협약의 발효를 위한 후속조치다. 2012년 서울에서 열린 제2차 회의 당시 해당 협약들을 2014년까지 발효하도록 참석국가들이 노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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