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침몰하는 檢, 개혁 없이 미래는 없다

  • 등록 2016-08-01 오후 4:07:14

    수정 2016-08-01 오후 4:07:14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그는 대학 졸업 전인 스물두 살부터 사법시험에 행정고시까지 휩쓴 ‘고시왕’이었다. 서울지검 검사로 시작한 그는 소위 검찰 꽃보직인 서울중앙지검·법무부·대검찰청을 거치고 금융정보분석원(FIU)에도 파견 나간 실력파였다. 40대 중반부터 검사장이 된 그는 조직 내에서 촉망받는 천재 검사로 손꼽혔다.

행운은 여기까지였다. 천재로 불리며 승승장구한 그는 쉽게 타락했다. 기업 정보를 다루고 기업을 감시하는 FIU에 파견된 2000년대 초반부터 유혹에 넘어갔다. 불법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그는 결국 현직 검사장 신분으로 지난달 29일 구속기소 됐다. 바로 진경준(49)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다.

무소불위 권력을 쥔 진 위원은 상상할 수 없는 특혜를 누렸다. 진 위원은 김정주(48) 넥슨(NXC) 회장이 준 회삿돈 4억여 원을 불려 120억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렸다. 넥슨은 진 위원 가족 여행비를 모두 댔고 고급 승용차도 빌려줬다. 진 위원 처남은 진 위원 덕에 대한항공(003490)에서 청소용역도 따낼 수 있었다.

치욕적인 상황에 몰린 검찰은 역사상 처음으로 검사장을 감옥에 보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허탈함을 넘어 수치심마저 든다”는 말로 사과했다. 대검찰청은 내부를 개혁하겠다고 전담반까지 꾸렸다. 그러나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스스로 최고라고 믿는 검찰이 직접 썩은 살을 도려내는 일은 ‘자기 부정’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번 진 위원 사태는 낯설지 않다. 2010년 터진 스폰서 검사로 이름을 올렸던 검사 대부분은 무사했다. 이들이 받은 접대가 직무 대가성이 아니라는 법적 판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소권을 쥔 검찰이 제 식구를 재판에 넘기지 않으면 그만이다. 검찰이 외부 압력에 떠밀려 비리 검찰을 기소하더라도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검찰 역사는 1948년 검찰청법 제정 이래 올해로 68년이다. 쇠락 징후는 이미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침몰하고 있는 검찰이 이번에도 개혁의 주변만 맴돌다가 멈춘다면 미래 뿐 아니라 현재 생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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