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역사 갈등에도 불구, 북핵 문제에 초점이 맞춰진 이날 회담은 비교적 순탄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 앞서 지난 24일 일본은 핵물질 일부를 미국에 반환키로 했다. 미국은 그동안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특히 박 대통령이 전일 핵안보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핵분열물질생산금지조약(FMCT)의 조속한 체결을 언급한 직후 이러한 결정이 나오면서 3자 대화의 부담을 덜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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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담에서 한·일 양국의 역사 갈등에 대한 논의가 직접적으로 이뤄질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북핵 문제 대응을 위해 한·미·일이 공조한다는 입장은 분명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회담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앞서 열린 한·중 및 미·중 회담에서 북핵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점을 확인했다.
문제는 북핵 문제의 해법이다. 한·미·일 정상은 북한이 최근 수 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점과 제4차 핵실험 준비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6자 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온 만큼 최근 한반도 정세는 애초부터 6자 회담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앞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6자회담은 북한의 변화된 행동에 기반해야 하지만 북한이 그럴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협상 테이블로 가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한·미·일 회담에서 6자 회담 재개 문제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또 다른 이유는 러시아다. 크림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주요 8개국(G8)에서 러시아를 제외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미·러 관계의 악화로 인해 미국은 대북 문제에 있어서 러시아의 협조를 얻기가 어려워진 상태다.
한·일 갈등 당분간 지속 전망
이번 한·미·일 정상회담은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각각 취임 후 처음 대화 테이블에 앉는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진다. 이에 앞서 아베 총리는 헤이그에서 우호적인 여론 조성에 나섰다. 일본이 동북아 역사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국제 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첫 만남에도 불구, 한·일 관계가 곧바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중재하는 형식으로 3자 회담이 열리게 됐지만, 역사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을 전망이고,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도 당장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본이 최근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보이는 듯 하다가 3자 회담이 성사된 이후 우경화 본색을 드러낸 점도 한·일 관계 대선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아베 총리의 특별보좌인 하기우다 고이치 의원은 지난 23일 “정부 차원의 고노 담화 검증에서 담화 내용과 다른 사실이 나오면 새로운 담화를 발표하면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울러 다음 달에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내용의 일본의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돼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 공조와는 별개로 한·일 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