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챗, 저커버그 협박 뿌리치고 알리바바 잡은 이유?

  • 등록 2014-07-31 오후 4:01:24

    수정 2014-07-31 오후 4:01:24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미국 모바일 메신저 업체 스냅챗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겸 최고경영자(CEO)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손잡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냅챗은 수신자가 메시지를 본 직후 이를 없애 버리는 기능을 가진 메시징 서비스로 미국 10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스냅챗은 알리바바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냅챗의 회사 가치 평가액은 100억달러(약 10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알리바바는

스냅챗의 지분 일부를 매입할 예정이다. 알리바바는 협상 조건이 좋을 경우 스냅챗을 인수하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스냅챗과 알리바바의 ‘밀월 관계’는 페이스북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스냅챗 로고
스냅챗은 지난해 페이스북의 구애를 받았다. 페이스북은 10대를 중심으로 사용자 이탈이 가속화되자 대안으로 스냅챗을 고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해 스냅챗에 인수를 제의했다. 인수가격은 30억달러였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스냅챗이 자신들의 제의를 거절하면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스냅챗 측은 페이스북의 제안을 거부했다. 당시에는 IT 기술주에 대한 자금이 몰리던 때였다. 페이스북 말고도 구글 등 잠재 인수자가 많았다.

이후 페이스북은 슬링샷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슬링샷은 스냅챗과 비슷하게 송신된 메시지가 자동으로 삭제된다. 스냅챗 입장에서는 회원 수 10억명의 거대한 경쟁자가 나타난 셈이다. 저커버그의 ‘으름장’이 현실이 됐다.

올해 초 IT를 중심으로 기술주에 대한 열기가 식은 점도 스냅챗에게는 ‘악재’였다. 최근 주가가 회복했지만 아마존이나 트위터 등은 지난해까지 연초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거품론이 제기되면서 예전과 같은 대규모 자금 도입도 어려워졌다.

쌓이는 손실도 스냅챗에는 부담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특별한 매출이 없는 스냅챗의 적자가 누적돼 결국 외부의 자금 수혈이 필요하게 됐다고 풀이했다.

이런 점에서 알리바바는 스냅챗에 있어 ‘동아줄’과 같았다. 페이스북과 달리 전자상거래 업체라는 점도 부담이 덜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없는 알리바바도 스냅챗이 필요하다. 중국내 라이벌 텐센트는 중화권 대표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보유중이다. 위챗은 회원수만 5억명이다.

알리바바 입장에서 스냅챗에 투자하거나 아니면 아예 인수하는 방안이 단순 전자상거래 업체에서 벗어나 종합 IT 기업으로 가는 첫걸음인 셈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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