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상승 전환해 1300원대로 진입했다. 금융시스템 위험이 완화된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의 초점이 물가로 옮겨지며 전반적인 환율 상승 분위기를 만들었다. 수급적으론 수출업체 네고물량(달러 매도)보다 수입업체 결제수요(달러 매수)가 우위를 보이면서 환율 상승을 이끌었다. 장 막판 엔화가 약세를 보인 점도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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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298.8원)보다 3.9원 오른 1302.7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만의 상승 전환이며, 3거래일 만의 1300원대 재진입이다.
이날 환율은 4원가량 하락한 역외 환율을 반영해 2.2원 내린 1296.6원에 개장했다. 이후 이후 1295.8원까지 내린 뒤 방향을 틀어 1300원을 중심으로 등락하다 장 막판 상승 폭을 키워 1300원 초반 선에서 움직이다 마감했다.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안정세에 접어든 가운데, 시장 참가자들의 초점이 물가로 이동하면서 달러화가 상승 압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수급적으론 수입업체 결제수요가 우위를 보이면서 환율 상승 압력을 높였고, 장 막판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BOJ) 부총재의 발언으로 비롯된 엔화 약세 흐름에 원화가 동반되며 상승 폭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우치다 부총재는 이날 중의원(하원) 재무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장기금리(국채 10년물 금리)가 2%로 상승하면 BOJ가 보유한 국채에서 발생하는 미실현 손실이 약 50조엔(약 49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BOJ는 현재 장기금리 변동폭 상한을 0.5%로 정하고 있는데, 이 상한을 2%로 높였을 때 미실현 손실이 급증할 것이란 취지다. 이에 따라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금융안정에 대한 이슈가 완화되니까 물가에 (시장) 초점이 맞춰지면서 달러화 자체가 상승 압력을 보였다”며 “이날 수급이 거세게 들어왔는데, 결제 수요가 많이 들어왔다. 또한 장막판 우치다 부총재가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지속 의지를 보인 점도 환율 상승에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 29일 환율 흐름.(자료=서울외국환중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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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는 29일(현지시간) 오전 4시께 102.72을 기록하며 강보합권에서 거래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132.05엔을 기록하며 강보합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이날 107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37%(8.96포인트) 오른 2443.90에 장을 마쳤다.
이날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에서 거래된 규모는 78억4700만달러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