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수도꼭지를 틀면 붉은 색 물이 나오는데도 시(市)는 제대로 된 안내가 없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적합 판정이 나왔으니 마셔도 된다”고까지 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시장은 19일만에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인천의 붉은 수돗물 사태가 시민들이 분노하게 했다. 지난 17일 박남춘 인천시장이 때늦은 공식 사과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오히려 더 냉랭해졌다.
이번 사태도 결국 인재로 판명났다. 환경부의 정부 원인조사반 조사결과, 지난달 30일 인천시가 서구, 중구 영종, 강화지역의 수계 전환(물길 변화)을 진행하면서 국가건설기준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고 그로 인해 침전물이 섞인 수돗물을 시민에게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으니 말이다.
더 큰 문제는 수돗물 상태가 심각했는데도 인천시와 산하기관인 상수도사업본부는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은채 변명과 회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들은 “올 4월에도 수계전환을 했는데 그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거나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다”는 식의 얘기만 내놓으며 혼선을 초래했고 시는 상수도 오염에 대한 위기대응 매뉴얼도 준비해놓지 못했다.
이렇다보니 수돗물을 쓰는 인천시민은 안전과 건강을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이물질이 든 수돗물을 마시거나 생수로 밥을 짓고 제대로 씻지 못했다. 아이들은 피부병이 생겨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인천 서구 청라총연합회 등 주민단체 4곳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시당국의 보상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적폐 청산을 외치며 인천시장에 취임한 박남춘 시장은 1년이 다되도록 내부 단속과 시민과의 소통 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의 선거 공약대로 인천을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려면 인천시 공무원들의 조직문화를 바꾸고 시민과의 소통을 복원하는 행정이 최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