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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특정업체를 거론하지 않고 ‘업계 스스로 구조조정을 해야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지만, 설비 감축, 통폐합, M&A이라는 단어를 경쟁력 강화방안에 분명히 명시했다.
철강업계 초미의 관심사는 선박에 쓰이는 후판 설비와 관련한 구조조정이었다. 조선업 불황으로 인해 후판의 수요는 주는데 중국 철강사들은 후판을 과잉 생산해 우리 철강업계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 컨설팅을 맡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후판 생산공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철강업계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일례로 포스코(005490)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차, 장갑차 등 군수산업에 들어가는 방탄강을 만들 수 있는 업체인 데다, 현대제철(004020)은 현대·기아차의 원자재를 생산하고 있어 차량용 후판 기밀을 보유하고 있다. 결국 후판공장 폐쇄·매각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 중단, 산업기밀의 유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우려와 달리 최종 발표에서 정부는 ‘수요 침체 품목인 후판은 업계 스스로 감축방안을 마련하라’며 업계에 자율성을 부여했다. 돈이 되는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높이고 생산이 과잉해 돈이 안 되는 설비를 감축하라는 교과서적인 해결책을 내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감축, 매각, 사업 분할 등의 극단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한 점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석유화학 업계도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특히 공급과잉 주요 품목으로 거론된 테레프탈산(TPA), 폴리스티렌(PS)에 대해 정부는 ‘업계 스스로 M&A를 활용하거나 생산량 감축을 통한 해결방안을 마련하면 금융,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지원하겠다’는 조건부 사항이 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가 작성한 조사결과는 관련 업계와 충분히 공유되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단순한 생산량 감축인 지 M&A를 통한 생산량 감축인지 정부의 의중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합성고무, 폴리염화비닐(PVC) 등 취약 품목을 고부가 제품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정부의 대책은 업계의 그간 노력, 컨설팅 결과 등을 그대로 인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대책은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렇다할 평가를 내놓기에는 이른 것 같다”면서도 “업계가 나름의 노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중에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기 때문에 그 속내를 고민하도록 만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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