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해서도, 미국 양적완화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로 원화 강세에 대비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서도 아니다.
불씨를 당긴 것은 1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물가 관련 보고서였다. 보고서는 저물가의 상당부분은 공급 측 요인 뿐 아니라 수요 측 요인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물가상승률은 1998년 이후 평균(2.9%)대비 약 1.7%포인트 하회했는데 이 중 총수요압력이 물가상승률을 0.78%포인트 하락시켰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물가목표범위(2.5~3.5%)를 18개월 동안 하회한 것에 대해 “절반 이상이 공급측 요인”이라고 대응해왔다. 우리나라 물가는 유독 농산물이나 석유가격 등 공급측면에 좌지우지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한은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란 해명으로 일관해왔다.
그렇다면 이러한 논란이 왜 촉발됐을까. 일각에선 한은에 철 지난 금리인하 실기론을 들이대며 최근의 저물가, 내수부진 상황에 책임을 덧씌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어쨌든 이러한 논쟁이 내년 하반기 또는 내후년에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란 시장의 컨센서스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현 상황에서 기준금리는 동결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정책이 늘 합리적이진 않다. 정책논리는 너무나 쉽게 바뀐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시도지사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위도 아래도 아니고 변수가 양쪽으로 다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정상 성장궤도로 턴어라운드하느냐, 반짝 회복 후 다시 저성장의 늪에 빠지느냐 하는 중대한 분수령에 놓여있다”고 진단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현 부총리의 발언이 오리무중인 것 같지만 기준금리 인상만을 생각하는 시장에 미리보내는 경고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