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한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메르스 사태가 실질적으로는 종식되었다고 보지만 7·8월에도 여파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외국인 관광객이 국내에 와서 소비하는 것이 서비스 수출로 잡히는데 6월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이 53% 줄었다”며 “7·8월이 관광 성수기인데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감소 영향이 연간 0.1%포인트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이 총재는 메르스 여파 등으로 2분기 GDP가 당초 1%에서 크게 낮아진 0.4%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세계 주요국의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글로벌 수요 감소로 인한 수출 부진이 하반기에도 우리 경제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경상수지는 39개월째 흑자를 내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수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유가 하락으로 수입이 더 감소한 ‘불황형 흑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작년 3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순수출의 GDP 기여도는 3분기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꺼져가는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수출지원의 한 방안으로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투자은행 스탠더드차터스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실물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더라도 일시적·단기적 자금투입 만으로는 제조업 생산성 및 수출부문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엔저에 따른 수출 경쟁력 저하가 심화할 경우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를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당장 이같은 흐름이 금융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6월 이후 주식,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들의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외환시장까지 요동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달 반 만에 80원 넘게 올라 1150원대를 뚫고 116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장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미국 금리인상 기대감으로 인한 달러 강세에 신흥국 통화 약세 요인이 겹치면서 우리나라에 투자한 외국인들도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정리하고 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