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그룹의 경영 키워드인 ‘마하경영’을 대표하는 변화·혁신처럼 정신무장을 강조하는 주제의 강의가 주류를 이뤘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들어서면서 삼성그룹과 직면한 현안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는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교수를 초청해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넥스트 10년을 준비하라’는 주제의 강의를 들었다.
IoT는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다. 삼성의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005930)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인텔이 주도하는 IoT 컨소시엄 ‘오픈인터넷컨소시엄(OIC)’에 참여키로 한 데 이어 사실상 구글이 주도하는 새로운 IoT 프로토콜 컨소시엄 ‘스레드그룹’에도 참여키로 했다.
세계 IT업계를 이끌고 있는 인텔과 구글 주도의 IoT 컨소시엄에 모두 참여해 IoT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는 이호욱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가 ‘선도기업의 딜레마와 극복전략’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공교롭게 강연 하루 전인 8일에는 삼성전자 2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됐다. 삼성전자는 2분기에 7조2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2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이 8조 원 아래로 떨어지는 등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 선두업체들을 맹추격해 세계 IT업계의 패권을 차지했지만, 이후 선도기업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후발주자들에게 추격을 당한 것이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날 강의가 더욱 관심을 끌었다. 이 교수는 이날 “과거의 성공방식에 안주해서 새로운 기술·시장을 개척하는 파괴적인 혁신을 지속하지 못하면 퇴보한다”고 삼성 사장단에 조언했다.
또 2일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한(7월 3~4일)을 앞두고 ‘한·중 관계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들었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수뇌부들이 중국 최고권력층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등 중국은 삼성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강사 섭외는 수개월 전에 결정되기 때문에 꼭 현안에 맞춘 주제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1등 기업으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현안과 연관성이 깊은 강의 주제 및 강사가 섭외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상반기에 삼성이 왜 변화해야 하는 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면 하반기에는 그룹 현안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외부 강연을 통해 지혜를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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