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옥죄어도 전기차 기업 자금조달 '이상 무'…對中 관세폭탄 분수령되나

지커, 상장 첫날 30%대↑…IPO로 6000억원 조달
대장주 테슬라 주가 하락 속 中 전기차는 선방
미·EU 무역 견제에도 견고한 성장세 유지 덕분
美, 전기차 관세율 100%로 상향 임박
中 청정 기업, 해외 자금조달 타격받을 듯
  • 등록 2024-05-13 오후 4:25:41

    수정 2024-05-13 오후 4:25:41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전기차 스타트업 지커가 미·중 무역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기업공개(IPO)로 약 6000억원 조달에 성공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에도 올 들어서만 판매량이 30% 급증한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보다 4배 높인 10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해외에서 자급 조달을 추진 중인 기업들이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리자동차의 간자웨 최고경영자가 지난 달 25일 중국 베이징 국제전시센터 순의관에서 열린 ‘2024 오토차이나’에서 신차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지난 1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미국 증권예탁원 증서(ADR)를 상장해 공모가(21달러)보다 34.57% 급등한 28.26달러에 마감했다. 상장 첫날 ADR 2100만주를 매각, IPO를 통해 총 4억4000만달러(약 6000억원)를 챙기게 됐다. IPO 금액은 지난 2021년 이후 미국에서 상장한 중국 기업 중 최대 규모다.

지커는 볼보와 폴스타 등을 소유한 중국 지리자동차의 고급 전기차 브랜드로 지난 2021년 분사했다. 지난해 말까지 주로 중국에서 19만6000여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지커 공모가는 상장 전 예상 공모가 주당 18∼21달러에서 최상단에 책정됐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과잉생산 문제를 제기하며 부당 보조금 조사, 관세 인상 등 압박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선전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커의 상장 첫날 성적은 글로벌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가 연초 대비 30% 가까이 하락하는 등 투자심리가 극도로 얼어붙은 상황에서 선전해 눈길을 끈다. 시장 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미 증시에서 IPO 기업들의 상장 첫날 평균 주가 상승률은 29%다. 지커는 비(非) 전기차 기업들과 견줘서도 양호한 성적을 냈다는 평가다.

FT는 “지커는 미국과 유럽이 중국산 청정 기술에 부과할 새로운 무역 장벽에 직면한 가운데 미 증시에 데뷔했다”면서 “중국 관련 주식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 수요 정체 상태인 이른바 ‘캐즘’으로 고전하고 있지만 중국은 예외다. 올해 4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지난 달 초에는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중국 신차 판매량의 절반을 넘어서는 등 견고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 미국과 EU의 계속되는 무역 견제 속에서 지커의 IPO가 흥행을 거둔 이유다.

물론 반론도 있다. 지커의 기업가치가 IPO 대비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작용, 투자금이 몰렸다는 것이다. 지커의 기업가치는 68억달러로, 지난해 투자모집(펀딩 라운드)에서 유치한 130억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국 온라인 투자플랫폼 AJ벨의 투자 애널리스트 댄 코츠워스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작년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대한 할인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짚었다.

지커가 미 증시에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뤘지만, 다른 청정 기술 관련 중국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무역장벽 높이기에 가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4배인 100%로 인상하는 방안을 이르면 14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전기차 이외 중국산 광물, 배터리, 태양광 등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세 상향도 함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해외에서 투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자율주행 칩 설계기업인 호라이즌 로보틱스와 경쟁사인 블랙세서미 테크놀로지가 홍콩 증권거래소에 투자 설명서를 제출한 것을 비롯해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은 고객사를 주주로 끌어들이기 위해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FT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전기차 수입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고, 유럽위원회도 몇 달 안에 관세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중국 청정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곧 다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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