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박' 김무성·서청원·유승민의 '참 얄궂은 운명'

'원박' 김무성·서청원·유승민, 인간적·정치적 선택 기로
서청원, 劉와 인간적 신뢰 깊어…공개적 사퇴 주장 머뭇
김무성도 인간적 고뇌에 정치적 유불리까지 계산 몰려
유승민도 마냥 뭉개기 어려워…"與 분열 부메랑 올수도"
  • 등록 2015-07-06 오후 3:59:12

    수정 2015-07-06 오후 5:04:51

같은 ‘원박(원조친박)’이었다가 지금은 정치적 계파를 달리하는 새누리당 김무성(왼쪽부터)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유승민 원내대표.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논란이 된 국회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의 상정을 앞둔 6일 오전 국회.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는 오전 9시45분이 넘어 끝났지만 서청원 최고위원과 유승민 원내대표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김무성 대표 등 모두가 나간 회의장에서 둘은 10여분간 독대했다.

둘은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하지만 그 화두가 유 원내대표의 거취임은 자명했다. 두 사람의 독대가 주목 받은 것은 서 최고위원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친박계(친박근혜계)의 좌장 격이라는 점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보다 ‘참 얄궂은 운명’을 마주한 둘의 인간적인 신뢰 관계에 더 주목되는 측면이 있어서다. 서 최고위원은 “내가 유 원내대표와 얘기한 것을 여러분 앞에서 말하는 건 온당치도 않고 예의도 아니다”고 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유승민 정국’에서 고뇌가 가장 큰 사람은 다름 아닌 서 최고위원일 것”이라고 했다. 유 원내대표는 ‘탈박(탈박근혜)’을 했지만 서 최고위원과는 여전히 신뢰가 깊다고 한다. 지난 당 원내대표 경선 당시 서 최고위원이 ‘친박 이주영’ 대신 ‘탈박 유승민’ 쪽에 선 것만 봐도 이는 확인된다. 유 원내대표도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대표가 아닌 서 최고위원을 지지했다. 둘의 신뢰는 계파를 뛰어넘는 그 무엇인 것이다.

서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사이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여권 인사들은 사태의 당사자가 유 원내대표가 아니었다면 그가 공개석상에서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를 한다. ‘유승민이기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김무성도 인간적 고뇌에 정치적 유불리까지 계산 몰려

처지가 곤혹스러운 것은 서 최고위원 뿐만 아니다. ‘원박(원조친박)’으로 정치적 고락을 함께 해온 김무성 대표 역시 갈팡질팡하고 있다. ‘주군(主君)’인 박 대통령에 의해 원박 인사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김 대표의 고뇌는 서 최고위원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 인간적인 고뇌에 더해 정치적인 유불리까지 고려해야 하는 처지다. 그는 현재 여권에서 가장 앞선 대선 주자다. PK(부산·경남)를 기반으로 한 김 대표는 ‘여권의 심장’인 TK(대구·경북)까지 지지세를 확대해야 대권을 거머쥘 수 있다. TK의 정신적 지주인 박 대통령과는 등을 돌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유 원내대표를 떨쳐내기도 어렵다. 유 원내대표는 그가 갖지 못한 개혁 성향이 강해 표(票) 확장성이 뛰어나고, 경제 등 정책에도 밝다. 김 대표는 전임 대통령들과 비교해 지지 기반이 취약하다는 게 중론이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둘 다 등 질 수 없는 입장인 셈이다.

김 대표도 이날 오전 유 원내대표와 따로 만나 얘기를 나눴다. 다만 김 대표 역시 ‘유승민 거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또다른 여권 인사는 “‘원박(원조친박)’ 핵심이었던 서청원 김무성 유승민이 고약한 상황과 마주한 것 같다”고 평했다.

유승민도 마냥 뭉개기 어려워…“與 분열 부메랑 올수도”

그나마 유 원내대표의 상황은 낫다. 그는 이번 정국을 거치면서 ‘전국구’로 발돋움했다. 논란 여부를 떠나 ‘유승민’ 이름 세글자를 확실하게 새기는데는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여의도 정가에는 ‘원내대표 유승민’의 생명이 끝난다고 해도 ‘정치인 유승민’의 생명력은 더 강해졌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좋은 상황인 건 아니다. 사퇴냐 버티기냐를 두고 어쨌든 결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당·청 관계를 이대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건 여권 내부에도 공감대가 있다. 사퇴 여부를 뭉개고 갈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여당 한 인사는 “유 원내대표가 계속 버티면 당청 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면서 “이럴 경우 박 대통령의 탈당도 불가능한 건 아닌데, 그 부메랑은 유 원내대표에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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