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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오 마이 갓~.” “으아아~.” 머리에는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등에는 백팩 형식의 PC를 장착한 젊은이들이 탄식을 지르고, 또 환호성을 지른다. 총을 든 이들은 쉼없이 주위를 경계하며 방아쇠를 당긴다. 실제 이들은 텅 빈 공간에서 이리저리 움직일 뿐이다. 다만 헤드셋을 벗으면서는 “놀라운 경험이었다”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문을 연 호주 멜버른의 VR 게임장인 ‘제로 레이턴시(Zero Latency)’. 게임장 안은 고요하지만 헤드셋만 끼면 스펙터클한 공간이 펼쳐지는 마법과도 같은 곳이다. 약 120평 크기의 게임장에서 최대 6명이 즐길 수 있다. 최근 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VR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호주의 명소다.
“개인이 고가의 장비나 공간을 마련하는 건 쉽지 않지만 게임장 혹은 테마파크 형태라면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이우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는 관측을 손수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굴지의 업체들이 VR에 뛰어든 것만 봐도 시장성은 있다는 평가다. 제로 레이턴시에서 사용하는 VR 기기는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 제품이다. 움직임을 추적해 가상 몰입감을 높이는 129개의 카메라는 소니 제품이다.
페북의 오큘러스 인수…“VR은 커뮤니티 플랫폼”
23일 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VR 보고서를 보면, 웬만한 첨단 IT업체들은 모두 VR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소니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론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도 이 미래기술에 몸을 던진 상태다.
저커버그 CEO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오큘러스를 인수한 건 기술 초기단계의 플랫폼 연구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했다.
구글도 빠지지 않는다. 이른바 ‘프로젝트 탱고’다. 이는 자신이 지금 위치한 곳이 어디이며 내 주변공간과 물체들은 어떤 상황인지, 또 어떤 모양과 크기로 자신으로부터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이 주다.
이우근 책임연구원은 “주변의 인식은 현실공간을 가상공간으로 구현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면서 “프로젝트 탱고는 단일 서비스가 아니라 플랫폼기술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이미 안드로이드처럼 관련 개방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구글 ‘프로젝트 탱고’ 주목…MS 홀로렌즈도 눈길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도 주목할 행보다. 홀로렌즈는 현재 눈으로 보는 주변환경에 가상의 입체영상을 띄우는 것이다. 이를테면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컴퓨터 혹은 스마트 폰으로 하는 게 아니라 탁자 혹은 바닥에 입체영상을 띄우고 허공에 멋있는 성을 건설하는 식이다. 증강현실(AR) 기술로 VR과는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MWC 2016’에서 ‘기어VR 스튜디오’와 ‘VR 4D 상영관’을 운영했다. LG전자도 VR 헤드셋 ‘360VR’과 360도 카메라인 ‘360캠’ 등을 선보였다. ‘왕년의 전자왕국’ 소니도 마찬가지다. 소니는 이미 구축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 생태계를 활용하고 있다. VR 기기인 플레이스테이션 VR이다.
VR의 활용도 무궁무진하다는 평가가 많다. 시공간의 제약을 넘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게임 외에도 영화 공연 여행 의학 등이다. 이를테면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과거의 공간으로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우근 책임연구원은 “VR의 세계에서는 우리의 현실인식과 의식구조가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 짐작하기 어렵다”면서 “상상도 못한 콘텐츠들과 플랫폼들이 떠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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