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선 기자]“젊은 사람들에 비해 몸이 굼뜬 건 사실이죠. 그래도 사장님이 젊은 학생들보다 나이가 있는 우리가 더 믿음이 간다고 해요.”
지난 1일 새벽 12시 30분 서울 노원구의 한 편의점에서 만난 김도희(가명·61·여) 씨는 밝은 표정으로 손님을 맞았다. 이곳에서 일한 지 8개월째라는 김 씨는 매일 오후 11시부터 오전 8시까지 9시간을 일한다.
생계 유지를 위해 일자리를 찾아 나선 노인들이 늘어나면서 편의점, 노래방, 주유소 등 청소년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아르바이트 자리를 두고 세대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고령화와 일자리 부족이 낳은 우리 사회의 우울한 단상이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시간제로 일하는 60세 이상 임금노동자는 2009년 3월 23만7000명에서 올해 3월 39만2000명으로 3년새 65.4%(15만5000명)나 증가했다. 반면 꾸준히 증가하던 ‘15~19세 미만’ 시간제 노동자수는 2011년 8월 12만1000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올해 3월 현재 10만8000명으로 9개월새 10.74%(1만3000명)나 줄었다.
생계유지를 위해 일자리 찾기에 나선 노인들에게 ‘용돈벌이’ 청소년들이 밀려나고 있는 셈이다. 용돈이 아닌 생계가 걸린 노인들은 열악한 근로여건을 감수할 뿐만 아니라 책임감이 강해 업주들이 선호한다. 청소년들은 잦은 지각, 무단 결근 등 불성실한 근무태도로 업주와 마찰을 빚는 사례가 많다.
반정호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연금제도가 취약하고 일자리를 갖고 있는 동안 벌어들인 소득도 충분하지 않아 노년층이 은퇴 후에도 노동시장에서 다시 경쟁해야 한다”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과도기에는 세대간에 일자리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