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속 '117번'.. 엄마가 진흙탕에 온몸 던진 이유

오체투지 엄마들 “우리가 원하는 건”
김남연 장애인부모연대 서울대표 인터뷰
발달장애인 주거생활서비스 117억원 반영 요구
  • 등록 2024-11-29 오후 4:19:47

    수정 2024-11-29 오후 9:27:13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서울에 기록적 폭설이 내렸다. 국회 앞 주변 도로도 눈과 진흙으로 진창이 됐다. 이런 길에서 50여명은 무릎을 꿇고 두 팔에 머리까지 바닥에 대며 117번 절했다. 오체투지. 이들은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들로 발달장애인의 주거생활서비스 본사업 예산 117억원을 요구하고 있었다. 벌써 열흘째다.

29일 김남연 장애인부모연대 서울대표는 “발달장애아를 둔 부모가 사망하면 우리 아이들은 장례식장에서 어디로 갈지가 결정된다”며 “친척들이 데려갔다가 내쫓겨 거리에 나앉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장애인부모연대 부모들이 국회 앞에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사진=장애인부모연대 제공)
발달장애인은 중증장애인 중에서도 장애 특성상 의사소통이 어려워 주변의 도움을 더 필요로 한다. 현재 정부는 시설에서 머물던 18세 이상 발달장애인이 독립할 경우 안정적인 자립 생활을 돕고 있다. 이때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의사소통, 건강 관리, 금전 교육, 주거관리 지원 등이 제공된다.

하지만 가족과 생활하는 발달장애인이 독립하면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지원을 받으려면 시설로 가야 하지만, 시설로 주거지를 옮길 경우 적응하지 못해 조현병 등에 노출되는 일이 빈번하자 발달장애인 가족은 이런 지원 자체를 포기한 채 살아가야 했다. 사회적 무관심 속에서 평생 돌봄 부담이 가족들에게 전가되고 이런 가족마저 세상을 떠나면 사회적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결국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일까지 발생하는 상황이다. 발달장애가족들은 이런 비극을 더는 막아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에 예산을 책정해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김남연 대표는 “부모연대의 줄기찬 요구로 올해부터 시설 장애인의 생활지원에 활용하고 남은 예산 일부가 재가발달장애인의 주거생활서비스 시범사업에 활용됐다”며 “사업에 대한 기대감에 현재 대기자만 1000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범사업은 본사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이들도 독립적인 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생활서비스지원을 해달라는 것인데도 정부의 지원사업에서 후 순위로 밀린 것이다.

김 대표는 “시설장애인이 독립할 경우 집까지 지원해줘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재가 장애인의 경우 주거지 지원은 제외해도 돼 사실 적은 예산으로 더 많은 이들을 지원할 수 있게 된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본사업 예산 117억원이다. 엄마가 암에 걸리거나 부모 없이 형제가 장애형제를 돌보는 경우 등 자립 돌봄이 꼭 필요한 600명이 자립지원을 받을 수 있는 예산이다.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부터 다시 눈과 한파가 예고됐다. 하지만 부모들은 기약없는 오체투지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장애인과 가족이 사회적 참사를 맞는 상황을 이젠 끊어내야 한다”며 “국회 예산안에 우리의 목소리가 반영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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