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하나등 주요 은행들, 부실 저축은행 인수한다(종합)

[이데일리 이학선 좌동욱 이준기 기자] 우리금융(053000)과 하나금융 등 금융지주회사들이 부실 저축은행 인수에 나설 예정이다. 신한금융(055550)도 조건에 맞은 저축은행이 나올 경우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KB금융(105560)은 저축은행 인수 등을 포함한 서민금융지원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은행 중심의 대형 지주사들이 독자적인 생존이 어려운 일정규모 이상의 저축은행을 인수해 회생시키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이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축은행 1~2곳 이상의 M&A(인수·합병)를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금융그룹 규모와 인수 후 시너지 효과를 생각할 때 일정 규모 이상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저축은행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제 1금융권(은행권)에도 여진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금융권 전체가 나서서 저축은행 부실을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상반기내 복수의 저축은행을 인수해 합병한 뒤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인수대상 저축은행에 대한 선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도 "저축은행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은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로 금융회사들이 협력해서 대처할 필요가 있다"며 "저축은행 시스템 안정을 위해 주요 금융그룹들이 동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저축은행 인수는 감독당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전적으로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힌 뒤 "취임 후 주요 금융권 인사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했다"며 금융지주사의 저축은행 인수방침이 금융당국과의 사전교감에 따른 것임을 시사했다.

신한금융도 감독당국의 의중이 전해지자 저축은행 인수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류시열 신한금융 회장은 "아직 깊이있게 논의를 하지는 않았지만 과거부터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한 적이 있다"며 "조건이 맞는 저축은행이 나오면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저축은행 인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이제부터 부실 저축은행 문제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저축은행보다 캐피탈사 인수에 무게가 실린다. KB금융은 국내 금융지주사 가운데 유일하게 캐피탈사가 없다.

금융지주사들의 저축은행 인수와 함께 예금보호기금내 공동계정 도입도 빠른 속도로 추진된다. 규모가 큰 대형 저축은행은 금융지주사에 넘기고, 작은 저축은행은 예보기금내 공동계정을 마련해 파산에 대비하는 이른바 `투트랙`으로 저축은행 부실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별 문제 없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도입방침을 굳혔고 남은 것은 언제 시행하느냐에 달렸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공동계정에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속내는 당국이 이를 밀어붙이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공동계정은 수익자부담 원칙에도 맞지 않아 실무자들은 당연히 반대입장"이라면서도 "하지만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등에서 볼 수 있듯 은행들로선 정부정책에 협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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