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누리과정(만 3~5세 무상 보육·교육)이 또 막판 예산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예산정국의 발목을 잡은데 이어 올해 역시 반복되고 있다.
누리과정은 어린이집 보육과 유치원 교육이 합쳐진 개념이다. 보육(보건복지부 소관)과 교육(교육부 소관)의 경계선이 애매해진 추세를 반영한다는 것인데, 다만 그 법 체계는 영유아보육법과 유아교육법 등으로 명확히 나뉘어진 현실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상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재원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시도 교육청·야당은 이 교부금으로 보육 예산을 짜는 게 지방재정교부금법상 위법이라고 맞서는 것도 현행법상 애매함에 기인하고 있다. 전국 14개 시·도 교육청이 유치원이 아닌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이 논란이 매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고질적인 세수(稅收) 부족으로 교부금 규모는 제자리걸음이다. 여야가 앞장서 근본적인 대책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누리과정 예산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이에 따른 야당의 반발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아직 예산안을 의결하지도 못했다. 결국 소관 상임위 손을 떠나 여야 원내지도부가 나서게 된 것이다.
여야는 전날 원내수석부대표간 협상에서 누리과정 예산의 부담주체를 두고 이견만 보였다. 이날은 여야 원내대표까지 협상 테이블로 나오기 때문에 논의가 진전될지 주목된다.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여야간 입장차가 워낙 큰 탓이다. 국회 예결특위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이날 “누리과정 예산을 국회에서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누리과정 예산의 국고 편성 여부에 예산정국이 좌우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정가 한 관계자는 “예산안을 심사할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면서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고, 적당한 선에서 정치적인 타협을 보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누리과정 문제가 파행을 겪으면 일선 보육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여야가 타협을 서두르는 이유가 될 수 있다. 특히나 내년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다만 한 재정 전문가는 “복지와 관련한 재정은 여지껏 지방자치단체가 부담이 커 반발하면 중앙정부가 임시로 지원해주는 식으로 마무리됐다”면서 “복지 지출이 점점 커지는 이상 이런 방식은 점차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