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분석]현대아산 무거운 짐 짊어진 현대엘리베이터

개성공단 가동중단에 현대아산 타격 불가피
최대주주 현대엘리, 상선에 아산 지원부담까지
  • 등록 2016-02-11 오후 2:39:21

    수정 2016-02-11 오후 2:41:16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현대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017800)가 또다시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생겼다. 경영난에 빠진 현대상선을 가까스로 법정관리의 문턱에서 빼내자마자 이번엔 현대아산이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모(母)회사로서 계속된 자식들 뒷바라지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아산은 개성공단 건설사업의 총 개발사업자로서 숙박 및 복합상업시설인 송악프라자, 한누리 주유소 등을 운영하며 매년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현대아산은 공장구역 150만평과 생활·상업·관광구역 100만평 등 총 250만평 규모로 개성공단 2단계 건설사업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사업 추진 자체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자본잠식이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극심한 실적 부진까지 겪고 있는 현대아산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현대아산의 작년 3분기 누계 매출액은 1073억40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2.8% 급감했고 영업이익은 2억1500만원 흑자에서 39억4100만원 적자로 돌아섰다. 최근 국내 건설공사를 늘려 매출원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한 대북사업 관련 비중이 작지 않은 만큼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대아산은 이미 지난 2008년 금강산·개성관광 사업 중단 이후 1조원이 넘는 누적 손실을 보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이라는 돌발 악재로 인한 현대아산의 위기는 가뜩이나 현대상선 구제 문제로 씨름 중인 현대엘리베이터에 더 큰 부담이다. 현대상선은 해운업 불황 여파로 지난해 자본잠식률이 63.2%까지 높아지는 등 극심한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상황.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지원 목적으로 지난달 말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아산 지분 33.79%를 374억원에 인수해 현대아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현대엘리베이터로선 현대상선을 구하려고 현대아산을 인수했다가 보유 지분 손실 가능성과 더불어 또 다른 지원 부담을 안게 된 것. 결국 혹 떼려다 혹 붙인 셈이다.

그간 현대엘리베이터는 매각 예정인 현대증권을 제외하고 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안정적인 사업기반과 실적을 자랑하면서 위기에 빠진 계열사들의 구원투수 노릇을 해왔다. 현대그룹은 최근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증권 등 금융 3사에 대한 공개매각과 대주주 사재 출연 등을 골자로 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확정한 바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당연하게도 그 중심점에 서 있다. 크레딧시장 관계자들은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지만 현대아산 사태의 진행 여부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지원 여력도 그 만큼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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