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육로로 원활히 운반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러시아가 주요 곡물수출항인 오데사항을 봉쇄함에 따라 우크라이나산 곡물은 대량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 우크라이나 키예프 북쪽으로 100km 떨어진 곡창지대에서 추수하는 모습.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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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이틀간 진행되는 회의에서 올여름 수확기에 대비해 우크라이나에서 수백만 톤의 곡물을 운송하기 위한 대안경로 모색에 뜻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번 주 정상회의 초청 서한에서 “EU의 인프라를 이용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돕는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밀 공급의 12%, 옥수수 공급의 15%를 차지하는 주요 곡물 수출국으로, 해바라기유도 50%를 생산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오데사항 봉쇄 이후 곡물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는데, 8월 수확기 이전 3개월 동안 2000만톤 가량의 곡물을 수출하지 못하면 일부는 저장할 곳이 없어 그대로 썩게 된다고 FT는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4월 곡물 수출량은 120만톤에 불과했다.
우크라이나 주재 EU 외교관들은 흑해 항로를 통하지 않을 경우 이 기간 동안 곡물 운송량은 500만톤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EU는 지난 12일 우크라이나에서 인접국을 통해 한 달에 400만톤의 곡물을 수출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폴란드가 벨라루스를 우회해 리투아니아로 향하는 철도노선 구축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군사 공격에 가담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EU 집행위원회는 회원국들에게 열차와 운전사, 트럭, 바지선 등을 제공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국경간 이동속도를 높이라고 요구했지만 쉽지 않아보인다. 민간 화물운송업체들은 보험에 가입할 수 없고, 러시아군에 의해 공격당할 가능성이 있어 우크라이나에 트럭을 보내길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비슬리 UN 세계식량기구 사무총장은 트럭을 통한 곡물 수출 규모가 한 달에 100만톤 정도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약 26개국이 우크라이나 혹은 러시아로부터 국내 곡물 공급의 50%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식량위기와 관련해 EU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러시아가 아프리카에서 물가 상승과 식량 부족이 나타나는 이유를 EU의 제재 때문이라고 선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EU가 제재를 해제할 경우에만 오데사항을 통한 곡물 수출을 허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30일 밝혔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은 터키 파트너들과 협력해 자유로운 해상 화물운송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우크라 항구에서 곡물을 수출하는 문제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